[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의 자회사 이지케어텍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도덕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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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 자회사’라는 태생 배경부터 늘 정당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만큼 주식시장 진출에는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우선 이지케어텍 경영진 자격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위원량 대표이사와 황희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내려놨다.
서울대학교 ‘전임교원 사외이사 겸직 허가에 관한 지침’에 따라 총장 승인을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논란의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직을 택했다.
서울대병원 안과 과장을 역임한 위원량 대표이사의 경우 정년을 1년 남기고 퇴임했다.
지난 2009년 이지케어텍 대표 취임 이후 10년째 겸직 신분을 유지했지만 이번 상장을 계기로 교수 신분을 내려 놓고 본격적인 경영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로 했다.
위원량 대표이사는 “병원과 회사에 함께 몸담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퇴임을 결정했다”며 “새로운 각오로 이지케어텍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큰 아쉬움은 없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비워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희 교수(서울의대 1996년 졸업)는 진료나 연구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의료IT 발전에 기여한다는 각오로 서울의대 교수 신분을 포기했다.
대신 소아 뇌전증 권위자인 그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 촉탁의 신분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수행하기로 했다.
황희 부사장은 “서울의대 교수 직함을 내려 놓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의료IT 발전이라는 또 다른 사명을 다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도덕성 논란 불식을 위한 이지케어텍의 노력은 경영진 신분 정리에 머물지 않았다.
주식을 통한 서울의대 교수들의 시세차익 정당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스닥 상장이 결정된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주주 명단을 검열했다.
앞서 수 년 전 서울대병원은 일부 교수들의 이지케어텍 주식 보유가 논란이 되자 해당 교수들의 주식을 모두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주주 명단에 서울의대 교수들이 포함돼 있는지 재차 살폈고, 교수들의 보유 주식이 없음을 확인했다.
위원량 대표이사의 경우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에 모두 기부했다. 이철희 전 대표이사 역시 논란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보유 주식을 환원했다.
그러나 교수들이 가족 이름으로 이지케어텍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청약을 통해 매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완연한 차단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민주노총 의료연대는 지난해 10월 이지케어텍의 시세차익 정당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의료연대는 “서울대병원 교수와 가족들이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공공의 자산으로 만들어진 회사 주식을 갖고 내부자들이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지케어텍의 공모 예정가는 1만100원~1만2300원(액면가 500원), 공모 주식수는 130만주, 공모 예정금은 131억원~160억원이다.
3월 5~6일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12~13일 청약, 3월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