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나라에서 불성실한 진료를 강요한다면 제보해달라.”
대한의사협회의 토요 휴무, 주40시간 근무 운동 등 대정부 투쟁이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보건소·보건지소에 근무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 노환규 회장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노환규 회장은 25일 “지난 24일부터 휴진 계획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건소·보건지소의 근무 명령이 내려졌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공중보건의사들로부터 많이 받는데 공보의 신분은 나라에서 하라면 일단,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운을 뗐다.
노 회장은 그러면서 “이 기회에 평소 하지 못했던 ‘성실한 교과서 진료’를 해보라”며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상세한 과거력·가족력 등을 꼼꼼히 관찰하고 환자의 여러 고통을 충분히 듣고 진단시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 회장은 “선진국처럼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성실히 설명하다 보면 환자 1명 당 15분~30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급하다고 빠른 진료를 원하는 환자에게도 성실한 진료를 하는 것이 의학의 원칙이라고 말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원들에게 이번 대정부 투쟁의 당위성을 또 한번 피력하고 나섰다.
노 회장은 “질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건강과 생명을 회복시키는 의업은 실로 숭고한 일인데 국민으로부터 존중을 받으며 자부심을 갖고 의사로서 살아가기 원했던 꿈은 왜 멀어져 갔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특히 “전문적인 지식 및 고급기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은데, 환자들이 던져 놓는 500원짜리 동전 세 개에 자괴감을 느끼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간 이뤄졌던 투쟁에 대한 환기도 새삼 언급했다. 2000년 의약분업, 2005년 약대 6년제 및 2007년 의료법 개악 저지 등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투쟁도 단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하지만 이 때 역시 의사들의 염원은 ‘자부심을 갖고 양심에 따라 진료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투쟁은 지나친 통제와 저수가 제도, 잘못된 수가결정구조 등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노력, 정부의 잘못된 태도를 바꾸는 노력들이 선행돼야 제도가 바뀔 수 있고, 올바른 제도를 세우려는 그 모든 노력들이 투쟁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