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까지 탄생 디지털 치료기기…과제는
시장 확대 위해 '규제 완화' 필요…환자·의료진 인식 제고도 병행
2024.07.17 16:58 댓글쓰기



의사가 처방하는 치료용 애플리케이션(앱)인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올해 첫 처방도 이뤄진 데 이어 신규 허가를 통해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향후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 새 치료 수단으로써 임상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제품 허가와는 별개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나온다.


불면증→'시야장애 개선·호흡재활' 등 적응증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뉴냅스 ‘비비드 브레인’, 쉐어앤서비스 ‘이지 브리드’를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3·4호로 허가했다.


디지털 치료기기(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질병 관리가 중요한 현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병원을 매일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와 다음 진료 기간 집에서 모니터링 및 관리, 교육으로 치료 효과를 높인다.


비비드 브레인은 뇌 질환으로 시야 장애가 생긴 환자에게 12주간 시지각 훈련을 제공해 좁아진 시야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다. 가상현실(VR) 기기와 앱을 활용해 화면에 뜨는 줄무늬 방향을 비교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비비드 브레인은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국내 첫 제품이다. 사용자 맞춤형 시각 자극 위치와 난이도가 적용된 시지각학습 훈련을 가상현실 기기로 제공해 뇌(腦) 가소성을 증진시켜 시야장애를 개선한다.


향후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지브리드는 천식, 폐암 등 폐 질환 환자에게 8주간 개인별 맞춤형 호흡재활 치료를 실시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다. 보행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유산소운동을 처방하고 이후 숨찬 정도 등을 환자가 앱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제품 모두 선행연구에서 임상 효과를 확인했으며 현재 확증임상시험 중이다.


이번 3·4호 허가를 통해 국내 디지털 치료제 적응증(대상 질환)이 대폭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에임메드 ‘솜즈’가 디지털 치료기기 1호 제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4월 웰트 ‘웰트아이’가 2호 제품으로 등재됐다.


두 치료제 모두 불면증을 치료하는 앱으로 환자가 작성하는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취침 시간 등을 제공한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앱으로 체계적으로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CBT-I는 수면시간을 처방해 수면효율을 높이고,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며,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이다.


웰트아이 역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고, 수면 효율을 높여준다.


식약처는 3·4호 허가를 통해 기존에 불면증에 집중됐던 디지털 치료기기 적응증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번 허가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장애를 경감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단단한 규제지원을 통해 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다양한 질환에 디지털치료기기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향후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에 새 치료 수단으로써 임상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 치료기기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에 질환 주기적 관리와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와 동반한 만성질환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그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활성화 차원 '규제 완화·인식 제고' 투자 필요


다만 새로운 제품 허가와는 별개로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우선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이 꼽힌다.


실제 에임메드 솜즈는 지난해 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올해 2월 서울대병원에서 첫 처방을 하기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심의를 재차 거쳐야 처방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웰트아이도 최근에야 연구원 심의를 통과, 올해 안으로 처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불 문제 등도 해결 과제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는 선별급여 또는 비급여 중 하나를 선택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선별급여로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90% 수준이다 보니 환자 입장에선 부담감이 따른다.


현재 솜즈의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20~25만원 수준이다. 기존 인지행동치료 비용이 50~60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지만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A기업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이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으나 현장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나 시행 계획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자와 의료진들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인식 제고도 관건이다. 


솜즈의 경우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처방 건수가 20여 건에 불과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B기업 관계자는 “애초에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아는 환자가 적은데 처방하는 의사 역시 관심이 없어 처방률을 높이는데 난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치료와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기에 과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아직 연구 목적 처방이 많은 만큼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르지만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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