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유방촬영 장치 검사를 누락하고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영상판독을 하게 한 병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검진 비용 등을 환수처분 했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문제 소지가 발견된 직후 즉각 조치를 취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는 '속임수를 사용해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한 사례로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홍순욱)는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2019년 건보공단은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의 검진인력·시설 및 장비기준 충족 여부, 검진시행의 적정 및 비용청구 사실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 현지확인을 실시했다.
확인 결과 A의원은 약 9개월간 유방촬영 장치 검사 미필인 부적합 장비로 검진을 시행하고, 상근하지 않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을 실시한 뒤 Full PACS(영상저장 및 전송시스템) 비용을 청구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건보공단은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A씨 의원이 부당하게 급여를 청구했다고 보고 1억2110만원의 건강검진비용과 716만원의 위탁검진비용을 환수 처분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57조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A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정기검사를 뒤늦게 받았으나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 검사는 정상적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을 판독한 것에 대해선 "비상근 전문의가 최초로 판독하기는 했으나, 이어서 상근 전문의가 재판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처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 하더라도 건보공단이 건강검진 및 위탁검진 비용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범위를 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 과실은 인정되지만, 건보공단 환수 처분것은 재량권을 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먼저 방사선 발생 장치의 정기검사를 뒤늦게 받은 건에 대해선 환수처분 근거가 되는 건보법 57조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국민건강보험법 제 57조에 근거한 것"이라며 "한편 이 사건 처분은 '암건진 실시기준13조'에 근거했는데, 이는 행정청의 해석기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가 촬영장치에 대한 정기검사 누락을 알게 된 직후 곧바로 정기 검사를 실시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장치로 인한 인체 위해(危害) 등은 발생하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봤다.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한 건도 사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재판독한 사실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사실 관계와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일탈과 남용을 해서 위법하다”며 "이 사건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