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성화' 상반되는 의사 진료현장 의료AI
2021.04.04 10:5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의료 AI(인공지능) 분야를 취재하던 중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금년 하반기 학술대회와 함께 산업박람회를 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 학술대회에서 다양한 제약사 및 의료기기사들의 부스가 전시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학회 차원에서 직접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관심이 갔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최병욱 회장은 “의료 AI분야는 산업 육성과 임상현장 활용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산학연(産學硏)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4~5년 전만 해도 의료AI 분야는 일부 임상현장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매우 생소한 영역이었지만, 최근 국내 의료AI 스타트업들의 잇단 상장이 계속되면서 대중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AI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국제표준 마련을 논의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또 다른 축인 임상현장 활용은 어떨까. 의료계에 따르면 산업 육성의 활발함과는 달리 막상 의료AI가 활용돼야 하는 임상현장에서는 경험이 힘들다는 전언이다.
 
최병욱 회장은 “의사들이 인공지능(AI)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를 직접 사용하고 있는 의사들은 극소수”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현재 다양한 의료AI 스타트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임상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막상 진료 과정에서 활용되기 어렵다.
 
또한 허가를 받은 의료AI 소프트웨어 상당수가 의료영상 진단 보조 분야다. 이는 의료영상 데이터가 그나마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이 쉽고 정제돼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직접 나서 제품을 구매하는 병원이 극소수다. AI 의료기기 제품 인허가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 사례는 전무한 탓이다.

이와 관련 모 상급종합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진단 보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 대다수가 제품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무료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즉, 현재 의료AI 소프트웨어 제품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이러다 보니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미래를 의사들이 나서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만난 의료AI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사들은 이제는 웬만한 개발자나 정부 관계자들보다 더 업계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의료AI 스타트업들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된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AI를 바라보는 전반적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빠른 제품 허가나 상장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이들 제품이 임상현장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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