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의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AI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해외 토픽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의료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영상의학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진료과목을 막론하고 숙련된 전문의와 비슷한 정도로 정밀한 행위가 가능한 AI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특히 그 속도가 빠르다. 관련 학회 최근 국내 주요 대형병원 연구진들은 AI를 활용한 병변 예측 혹은 판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연이어 발표했다. 업무가 과중한 의료현장에서 AI가 의료진들의 일손을 덜어줄 날도 머잖아 보인다. 다만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의료진들은 AI가 대체가 아닌 보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을 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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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수술 이후 ‘급성신장손상’ 발생 예측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팀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 이후 급성신장손상 발생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웹 플랫폼’을 최근 개발했다.
노 교수팀이 개발한 예측 플랫폼은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앞두고 6개 변수(신체 등급, 성별, 마취 종류, RAAS 차단제, 트라넥사믹산, 크레아티닌)만 입력하면 신장손상 위험을 자동으로 계산한다.
이와 함께 입력된 변수 각각이 급성신장손상에 미친 기여도와 더불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임상 조치도 제안한다. 이른바 ‘인터랙티브(interactive)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예측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환자 5757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검증 결과, 해당 플랫폼의 예측능력(AUC)은 약 0.89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수술 전 정보만으로 이후 급성신장손상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노두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예측 플랫폼은 환자 개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를 진행해 부작용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며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인공관절수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 위험도를 알 수 있다면 환자의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결과는 ‘유럽무릎관절학회 학술지(Knee Surgery Sports Traumatology Arthroscopy)’ 최신호에 게재됐다.
AI 소장 캡슐내시경 영상판독도 정확성 ‘96%’
기존 연성케이블 내시경을 대체하는 혁신적 기술로 여겨지는 캡슐 내시경에도 AI가 활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소장 캡슐내시경 영상판독에서 96%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기록하는 영상 판독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점점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소장 캡슐내시경은 수 만장의 영상을 의사가 일일이 판독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된다. 또 병변이 작거나 찍힌 영상 숫자가 적을 경우 판독자에 따라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
판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200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시행된 526건의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에서 7556장의 영상을 추출, 대표적인 소장 병변인 출혈성 병변과 궤양성 병변으로 분류했다.
이를 포스텍 산업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개발한 영상 분석 특화 딥러닝 기법 중 하나인 VGGNet 기반 컨벌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분류하고 학습시켰다.
분석 결과, 두 모델 모두 96%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합성모델은 이분형모델에 비해 높은 민감도, 즉 소장 병변을 더 잘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희 교수는 “이번 소장 캡슐 내시경 판독 알고리즘 개발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소장 병변을 파악할 수 있으며, 소장의 정상, 비정상 분류를 넘어 개별 병변의 특성을 판단하고 시각화된 병변의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판독된 영상의 2차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다이제스티브 엔도스코피(Digestive Endoscop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안과전문의처럼 안질환 진단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
안질환 분야에서도 AI가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북삼성병원 송수정 교수 연구팀은 안저 사진을 판독하여 건진에서 흔히 발견되는 안과 질환들을 자동 진단해주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최근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순 안저 사진상 이상 소견을 발견하는 것을 넘어서 여러 가지 진단명을 자동으로 판독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안저 사진 자동 진단 알고리즘은 당뇨망막병증처럼 한가지 진단 유무만 알려주거나 안저 사진에서 이상 소견들 발견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정상, 비정상 유무와 더불어 구체적인 진단명까지 판독해주는 등 실제 안과 전문의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강북삼성병원 건강건진센터와 안과에서 촬영된 약 4만 장의 안저 사진을 적용했다. 안과 전문의들의 세밀한 주석과 판독을 반영했다.
강북삼성병원 안과 송수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알고리즘은 실제 안과 의사처럼 여러 가지 질환들을 자동 진단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건진에서 선별검사의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은 임상에서 안과 전문의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하며, 의사 역할을 보조하는 것부터 시작해 차후 그 기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 금년 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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