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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포함 공공병원, 의료기기 입찰 '스펙 알박기' 논란
특정 업체 '사전 규격서' 활용 드러나···'브랜드·모델명 등 게재 빈번' 제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립대병원과 공공의료원 등 공공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특정 업체의 사전규격서를 입찰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은 일부 물품 구매 혹은 사업 계약에 있어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한 입찰 과정을 밟는다. 일례로 특정 의료장비를 구입할 경우 구입하려는 장비 크기와 기능 등을 명시한 사전규격서를 입찰 참가 업체에 한해 공개한다. 이후 업체들 의견을 수렴하고 입찰규격서를 발행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사전 규격서에 특정 업체의 규격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병원들의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단일 계약이 아닌 공정 경쟁을 통한 입찰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업 제품의 스펙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부 사전 규격서의 경우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 모델명이 그대로 기재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몇몇 대학병원과 의료원의 사전 규격서에는 품목명에 의료기기업체 브랜드를 명시하거나, 장비 스펙을 나타내는 세부 내용에 특정 모델명이 적혀 있기도 했다.
A업체 관계자는 “기업 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업체의 규격서를 가져다 쓴다면 그곳에 유리하게 입찰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합리한 제도 운영과 관련해 감사원에 신고를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스펙 알박기’는 비단 병원에만 국한돼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법원 정보화사업 과정에서 스펙알박기를 통해 뇌물을 받은 업체 외의 다른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든 법원행정처 공무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병원들은 특정 기업의 규격서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B병원 관계자는 “규격서에 브랜드나 모델명이 나와 있다고 해서 꼭 그 제품만이 낙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에서 원하는 규격을 충족하게 되면 어떤 업체 제품이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의료원 측도 “병원 필요에 맞춰 사양을 공개하는 것이지 꼭 해당 제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들 의견은 이와 달랐다.
D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 규격에 맞추다 보니 다른 제품에는 없는 사양이 포함되거나 불필요한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제품의 입찰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해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이처럼 의료기관과 업체들 간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