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K-방역 주축 '진단키트'
조기 생산하고 정확도 우수···체외진단기기법 운영 주목
2020.07.17 19:50 댓글쓰기

2020년 상반기 의료분야에서 가장 ‘핫’했던 키워드를 한 가지 꼽으라면 단연 ‘진단키트’를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빠른 대응을 통해 높은 품질의 진단 장비를 대량으로 생산해냈고 이는 K-방역시스템의 주축이 됐다.

긴급사용제도로 조기 대응

한국산 진단키트 붐의 시작은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감염병 체외진단검사제품 긴급사용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다.

긴급사용제도는 감염병에 의한 국가 위기 또는 잠재적 위기 발생 위험이 있을 때 정식 허가 없이도 진단검사제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큰 교훈이 됐다. 당시에도 질본은 메르스 유행에 대응해 진단법을 선제적으로 개발했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검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손을 쓸 수 없었다. 이후 2017년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직 소수였던 지난1월, 질본은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씨젠 등 진단장비 전문업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체외진단검사제품 긴급사용제도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용화를 추진했다.

씨젠의 ‘올플렉스’와 코젠바이오텍의 ‘파워체크’가 가장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생산에 착수했다. 또한 2월부터 보건당국은 코로나 19의심환자 검사 의뢰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검사 기관과 진단 시약을 늘렸다. 하루 최대 3000건의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병원 및 보건소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빠른 대응은 2월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최대 1만5000건에서 2만건까지 검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자연스럽게 확진자도 증가했다. 신천지 관련 환자가 하루에 1000명 가까이 발생하자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들도 생겼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한국의 초기 확진자 수는 압도적으로 높은 검사량으로 인한 결과임이 입증됐다.

코로나19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나라들도 앞다퉈 한국의 방역 비결을 묻기 시작했다.

물론 호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하던 미국 하원 청문회 당시 “FDA 측이 한국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를 검사하는 방식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FDA가 한국의 검사법을 잘못 알고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WHO가 권고하고 있는 최종 확진 방법은 바이러스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RT-PCR(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이며 현재 어느 나라도 다른 방식의 진단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FDA가 자국의 검사 역량을 늘리기 위해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통해 한국의 진단키트 수입을 검토할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외교부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전승인’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일부 언론에서 "외교부가 우리나라 코로나19 진단키트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배포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긴급사용승인 자체가 말 그대로 정식 절차가 아닌 긴급 상황을 위한 승인인데 이를 또 사전승인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외교부는 즉각 반박했다. 외교부는 “이는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의 사전승인이며 따라서 FDA 긴급사용승인 허가 리스트에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가짜뉴스라고 보도한 것은 중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기업이 최종 결과를 받기 전에 승인된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지만, 이를 승인을 위한 특정한 단계로 받아들여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해프닝은 어떻게 보면 체외진단이라고 하는 의료기기 영역의 특성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국내 진단키트 기업 ‘승승장구’

한국의 진단기술을 지적했던 미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낭패를 봤다. 올 3월경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각 주에 보급했지만 제대로 된 판정이 나오지 않아 지급이 중단된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증폭(RT-PCR)검사의 정확도는 95%에 달한다. 신속성과 정확도를 무기로 수많은 가짜뉴스와 잡음을 극복한 진단키트는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대표적으로 씨젠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연결매출액 817억7100만원, 영업이익 397억5400만원으로 지난 한 해의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씨젠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219억5300만원, 영업이익은 224억2300만원이었는데 금년 1분기 동안 지난해 전체의 영업이익을 뛰어넘었고 매출액은 절반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매출액은 197.6%늘었고 영업이익은 584.3% 증가했다.

게다가 이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량을 다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실적이 반영되는 2분기에는 1분기를 뛰어넘는 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씨젠뿐만 아니라 전체 방역물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진단키트의 경우 올해 1월 수출액은 3000달러에 그쳤으나 3월에는 2410만달러로 급증했고, 4월에는 2억달러까지 치솟다가 지난 5월 1억3128만 달러를 기록했다.

의료용 방진복 역시 2월 947만달러에서 4월 1951만 달러, 5월 2463만 달러 등 증가세다. 5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수출액이 12만456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라텍스장갑 수출액도 155만달러로 399.3% 증가했고, 의료용 고글은 72만달러로 205.5%, 의약품은 6억2048만 달러로 107% 늘었다.

식약처가 5월 기준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총 73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수출용 허가를 받아 미국, 이탈리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1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오상헬스케어, 씨젠, SD바이오센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랩지노믹스, 진매트릭스, 원드롭(1drop), 바이오코아 등이다.

진단키트의 성공은 K-방역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한국의 PCR 검사기법은 국제표준화기구 의료기기기술위원회에서 국제표준안(DIS)으로 승인됐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에 사용하고 있는 진단키트에 적용된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법(Real 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등 다양한 핵산증폭 방식의 검사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특히 이번 국제표준화 사례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진단키트가 성공적인 시장진출을 거쳐 이후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국제표준화기구 회원국 전원 찬성을 받고 현재 승인 절차만 남았으며, 연내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방침이다.

포스트코로나 대응은 어떻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진단키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다소 차분해졌다. 반면 의료기기업계는 앞으로 찾아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체외진단기기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감염병 진단과 관련한 기술 및 제품 개발 지원 사업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최근 공개된 제안 요청서 초안을 보면 현장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긴급 진단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동화 플랫폼 사업 등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 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장비 개발 지원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계획 중인 호흡기 바이러스 긴급 진단 자동화 플랫폼은 검체 전수검사용 분자진단 기반의 고신뢰도·대량 자동화 진단 플랫폼을 의미한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표준장비 검사 이상의 고민감도 및 특이도를 확보하고 1000개 이상의 샘플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스펙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병원정보시스템과의 통합, 연계, 분석 가능한 체외진단기기 개발 사업도 계획됐다. 병원정보시스템과의 연동으로 현장에서의 검출 정보를 분석하고 소형 검사실까지 확산 및 설치 가능한 분산형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장 신속진단용 분자진단기기 및 호흡기 검체 대량/신속 검사용 면역 진단 플랫폼도 개발된다.

▲4종 이상의 검체 동시에 검출 ▲비숙련자 사용성 극대화 등을 갖춘 현장형 분자진단 검사 키트 및 플랫폼과 준 확진 검사를 위한 진단 분자 또는 면역 플랫폼 개발 및 사업화, 신속한 내성 발생 여부 판별 제시 및 과거 감염과 현성 감염 구분이 가능한 혁신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제정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인체에 직접 사용되지 않는 체외진단 제품의 특성을 감안한 등급 분류 및 제조·인허가 절차, 품질관리체계 기준 확립 등을 목표로 한다.

식약처 측은 “위해도가 낮은 부분은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진단 정확도 등 품질 향상이 필요한 부분은 안전 체계를 강화해 제품 안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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