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아동도 인공와우 이식을 받으면 성인이 돼서 교육과 직업 수준이 비난청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강우석 교수팀은 지난 2000~2007년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소아 환자 71명을 대상으로 학교 진학 및 취업 비율을 조사한 결과, 고등학교 진학률 100%와 대학 진학률은 75%로 나타났다.
또한 직업을 가진 비율도 62%로 파악돼 정상 청력을 가진 일반인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넣고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재활 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99년 인공와우 이식을 시작해 2023년 9월 단일 기관으로는 국내 처음 2000례를 달성했다.
인공와우 이식으로 듣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언어를 배우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궁극적으로는 적절한 교육과 직업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성인이 됐을 때의 교육 및 직업 수준은 수술 후 20년 이상 지나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관련 보고가 미비하다.
연구팀은 7세 이전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양측 청각장애 아동 71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교육 및 직업 현황과 단어 인식 점수(WRS)를 분석했다. 수술 당시 나이는 평균 3.9세였으며, 현재 연령은 평균 22.4세였다.
분석 결과, 대상자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그와 동등한 교육 자격을 취득한 상태로 확인됐다. 대학 진학률은 74.6%로 2020년 국내 고졸자 대학진학률(70.4%)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3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1명 중 26명(62%)은 다양한 직업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1명(81%)은 직업 훈련 기관을 통하거나 장애인 특별 채용 정책을 통해 고용됐다.
아울러, 단어 인식 점수(WRS)에서는 일반 고등학교 졸업자가 특수교육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상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대학에 진학한 대상자도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단어 인식 점수가 유의미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이식 수술 후 언어 인지 능력이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박홍주 교수는 “헌신적인 가족의 지원, 건강보험을 통한 인공와우 수술비 지원, 교육 및 구직 활동에서 정부와 사회의 배려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난청인의 삶의 질을 비난청인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구직 과정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환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지 ‘이비인후과-두경부수술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