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최대 혈관용 스텐트 제조·유통업체가 허가사항과 다른 제품을 생산·납품해 행정처분을 받게 된 가운데 "이를 보건당국이 조장했다"는 주장이 의료계로부터 나왔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막힌 혈관을 뚫거나 변형된 대동맥을 치료하는 인조혈관스텐트를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유통한 의료기기업체 ㈜에스엔지바이오텍을 적발하고 행정처분 조치를 내렸다.
에스엔지바이오텍은 국내 대동맥 스텐트 시장 1위 업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이후 약4300여 개의 스텐트 제품을 생산해서 대학병원 등 136개 의료기관에 납품했다.
이들은 실제 허가사항과 다른 형태의 스텐트를 만들어 포장에는 허가받은 모델명을 거짓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바뀐 도면을 추가로 기재, 의료기관이 구분할 수 있도록 납품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이를 적발한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판매중지와 회수를 명령하고 136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사용 중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유해성에 관해 조금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허가받지 않은 사항이 소재가 아닌 크기나 규격에 대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며 "환자에게 맞춘 형태로 시술된 것이라면 오히려 더 좋다"라는 의견을 냈다.
A교수는 "환자에 따라 스텐트의 미세한 길이와 크기 조정이 요구되는데 그런 다양한 제품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다. 심평원에서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라며 "당장 시술은 해야 하는데 국내에 제품이 없으니 업체가 만들어서 유통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에스엔지바이오텍의 제품이 전면 사용 중지가 된다면 오히려 환자 시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도 "다양한 스텐트 제품이 국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어 사태 이후에도 스텐트 공급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시술받은 환자에 대한 조치는 식약처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식약처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병원에 요구하면 그때 환자들을 조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식약처는 회수 제품의 스텐트 성능 시험을 진행함과 동시에 해당 업체의 2013년도 이전 제품 유통기록과 추가 위법사실에 대한 수사를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