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6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두고, 의료기기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후발 의료기기,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등과 관련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자국 업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 장벽을 허물고 있는 선진국들과 정반대의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개발 선도 업체의 판매권을 일정기간 보호하고, 고위험 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통증완화장비를 처음 개발한 업체와 후발업체 간 가격 경쟁력을 놓고, 복제 의료기기 논란이 불거지자 식약처는 해당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업계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널리 인정받는 본질적 동등성 평가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또 하나의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질적 동등성 검토란 기존에 널리 알려져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기술이나 방식에 대해 불필요한 입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가를 내는 과정을 뜻한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불필요한 행정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의료기기 업체는 막대한 허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다 싼 값에 제품 출시를 할 수 있다. 최종 판매까지 걸릴 수 있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환자에게도 이득인 셈이다.
A업체 관계자는 “설탕을 예로 들자면 최초 설탕이 안전하다고 입증 받았다면 후발 설탕 제품들이 동일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무방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품종 소량생산 성격인 의료기기 산업 특성상 본질적 동등성 검토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식약처도 이미 허가 받은 의료기기와 효능·효과가 동일한 경우 후발 제품의 성능시험 성적서, 전기·기계적·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시험검사성적서 등을 제출받아 사용목적 타당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허가하고 있다.
다만 앞서 거론한 후발 제품과 관련한 복제 의료기기 논란이 사회적으로 불거지자 임상시험 의무화 등 관련 제도를 수정해 개발 선도 업체의 판매권을 보호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다.
문제는 ‘개발 선도 업체 보호’라는 명목 하에 몇 년간 수억 원이 소요되는 임상시험이 보편적으로 시행될 경우 영세한 국내 제조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업계는 임상시험 의무화와 같이 애꿎은 다수의 업체가 손해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특허를 활용한 업체의 ‘자기 방어권’을 높이는 형태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업체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초창기 제품에 대한 독점권을 보호받는 길은 특허일 뿐 절대 허가·규제가 아니다”라며 “제약 산업에서도 특허를 통해 복제약에 대한 진입을 지연할 뿐 허가·규제에 손대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임상시험 의무화가 실시되면 막대한 자금과 연구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지고, 국내 제조사들의 개발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업체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며 “후발업체 진입 장벽을 높인다면 결국 제품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이는 곧 국민들이 비싸게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