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지원금을 통해 첨단 의료장비 등을 구매하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도내 의료기관 두 곳이나 에크모(ECMO) 장비를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해 환자가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주도의회 한영진 의원(바른미래당)은 최근 개최된 임시회의에서 “감기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던 30대 청년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한영진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경 30대 남성 A씨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져 에크모 치료가 필요하게 됐다.
당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한라의료원과 제주대학교병원 모두 에크모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문 의료기사가 없어 환자는 특별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서울로 전원 됐다가 끝내 숨졌다.
한 의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되기 위해 에크모 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를 가동시키지 못해 환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도내 응급의료기관 대상의 평가를 통해 적게는 3000만원에서 9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전문 의료기사 등에 대한 투자를 미리 고려할 수 없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 강명관 과장은 “전수조사 및 현지확인을 통해 기계가 있음에도 가동하지 못했던 것을 사실로 확인했다. 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어떤 경우에도 24시간 운영이 가능토록 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비싼 장비 제대로 활용 못하는 지방의료원
이처럼 지역 의료기관에서 예산을 들여 시설을 갖춰 두고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남도의회 감사에서는 순천의료원이 9000만원을 들여 망막 레이저 수술기를 구입했으나 현재까지 단 3건의 수술만을 시행, 장비를 통한 수입이 40여 만원에 그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 수술용 엑스레이나 인공수정체 도수 측정기 등도 구입에는 수천만원을 쓰고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강진의료원에서도 2억5000만원 상당의 모바일 X-ray는 400여만 원, 6000만원에 달하는 신생아 청력 검사기는 200만 원 가량의 수익만을 냈다.
전남도의회 전경선 의원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할 때는 예산 낭비가 되지 않게끔 기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지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예산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