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 인수를 검토하던 원매자들이 계약을 철회하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수합병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만큼 계약 불발로 인한 주가 하락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오플로우, 엠아이텍, 프리시젼바이오 등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매각 작업이 연일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가 지난 5월 미국 메드트로닉과 체결한 인수합병 계약이 결국 무산됐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7일 메드트로닉과 인수계약 종료에 따른 유상증자 철회 및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해제·최소를 공시했다.
이오플로우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경쟁사 소송 제기가 발단이 됐다.
앞서 미국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기업 인슐렛은 지난 8월 이오플로우가 자사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슐렛은 세계 최초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제품명 옴니팟)를 개발한 기업으로 이오플로우가 두 번째로 상용화한 제품 '이오패치'가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고 봤다.
메드트로닉은 당초 이오플로우 인수를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김재진 대표 지분 564만680주(18.5%) 전량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로 발행주식 전량을 매수,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송 제기로 인해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다 결국 무산됐다.
이보다 앞서 바이오 플랫폼 기업 시너지이노베이션도 자회사 엠아이텍 매각을 추진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비혈관용 스텐트 제조업체 엠아이텍 지분 전량(63.9%)을 보스톤사이언티픽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주당 1만4500원으로 약 2912억원이다.
이번 거래는 보스톤사이언티픽 적극적인 인수 의향을 바탕으로 성사됐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혈관·비혈관 스텐트, 내시경, 심장, 신경 등 다양한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다. 엠아이텍을 인수해 글로벌 비혈관 스텐트 시장을 더욱 강하게 공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16일 지분 양수도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계약은 해외 일부 국가에서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향후에도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계약을 철회했고 위약금 150억원을 지급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최근 엠아이텍 매각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제조업체인 아이센스도 자회사 프리시젼바이오 매각에 나섰으나 무산된 상태다.
아이센스는 올해 초부터 자회사 프리시젼바이오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와 NH투자증권이고, 매각 대상은 아이센스가 보유한 프리시젼바이오 지분(28.3%) 전량이었다.
아이센스와 프리시젼바이오 모두 우선협상 대상자가 누구였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진단기기회사 아크레이로 추정하고 있다.
아크레이는 10년 이상 아이센스와 거래해온 협력사로 9월 말 기준 아이센스 지분 10.42%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크레이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프리시젼바이오와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실사를 마친 뒤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센스는 현재 다른 원매자를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무산 알려지면서 주가도 연일 하락…절반으로 '뚝'
기업들의 매각 불발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