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추진해온 국내 기업 인수 계획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토종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은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는 기회로 불렸던 만큼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올림푸스는 지난 8일 국내 소화기내과 스텐트 제조사 태웅메디칼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태웅메디칼은 담도, 식도, 대장, 십이지장 등 소화기내과 용 스텐트(확장용 의료기기) 분야 강기업으로 통한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2월 태웅메디칼을 3억7천만 달러(약 4천83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고 금년 1월 인수를 완료해 태웅메디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올림푸스가 태웅메디칼에서 확인한 자료에서 제품 성능 등의 데이터가 사전에 얻은 것과 모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올림푸스는 태웅메디칼 기존 주주에게 주식 인수 대금을 취득 시 가격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태웅메디칼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양사 간 추가적인 협의와 조치가 예상된다.
메드트로닉은 지난해 5월 이오플로우 주식을 총 738만 달러(한화 약 971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 인수를 완료하면 자사 '식사 감지' 알고리즘과 차세대 포도당 모니터와 접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오플로우가 미국 경쟁사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당하면서 계약 이행이 수차례 미뤄졌고, 이오플로우가 소송건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당시 이오플로우 김재진 대표는 "당사의 상황을 불확실하게 보는 메드트로닉과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어 일단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본 계약 종료 이후에도 상호 간 관심은 크며, 메드트로닉에서도 계속 당사와 인슐렛 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공장 매입·증축, 자동화 라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많은 자금을 선투자한 덕분에 현재 큰 자본 투자는 대부분 마친 단계여서 앞으로는 하루빨리 흑자 기조로 전환해서 재무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들과 반대로 국내 기업에서 매각 거래를 철회한 경우도 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추진해온 자회사 엠아이텍 매각 거래를 철회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지난 2022년 6월 보스턴사이언티픽그룹에 비혈관 스텐트 제조사 엠아이텍 주식 전량에 대한 양수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회사는 1년 여 가까이 국가별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보스톤사이언티픽이 일부 국가에서 경쟁제한성 문제로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당시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양수인(보스턴사이언티픽그룹)은 여러 해외 국가를 대상으로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진행했으나, 현재 일부 해외 국가에서의 승인을 획득하지 못했다"며 "향후에도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업결합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매각 무산에 시장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인기 매물로 꼽히는 것은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