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를 개발한 이오플로우가 경쟁사 소송 제기로 격랑 속에 빠졌다.
주권매매 거래는 한 달만에 재개했지만 인수합병(M&A)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 파고에 휩싸인 것이다. 시장 우려가 커지자 이오플로우도 입장문을 내며 사태를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오플로우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경쟁사 소송전이 발단이 됐다.
앞서 미국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기업 인슐렛은 지난 8월 이오플로우가 자사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슐렛은 세계 최초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제품명 옴니팟)를 개발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이오플로우가 두 번째로 상용화한 제품 '이오패치'가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고 봤다.
인슐렛은 해당 소송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7일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美 법원은 "인슐렛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의존해 개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생산, 마케팅, 판매를 금지하고 인슐렛 영업비밀을 제3자에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이오플로우는 이사회를 열고 이오펌프(패치 안 구동부)를 제외한 이오패치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도 이오플로우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시켰다.
다만 2주 후 이오플로우가 가처분 결과에 항소를 하면서 판매정지 범위가 조정됐다.
현재 이오패치는 ▲한국 내 기존 사용자(신규환자 대상 마케팅과 프로모션 금지) ▲지난달 6일 기준 EU(유럽연합) 내 의사 처방 등을 받아 사용하는 환자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지난달 5일 이전 시작된 임상에 사용하기 위한 판매는 가능하다.
코스닥시장본부도 이오플로우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결정하고 이달 16일부터 주권매매거래 정지를 해제했다.
이오플로우는 한 달만에 거래재개에 성공했지만 소송 여파로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가장 먼저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M&A)이다. 이오플로우는 금년 5월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 경영진 주식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로 이오플로우 발행주식 전량을 매수,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모든 과정을 마칠 경우 총 인수대금은 97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거래 종결일이 10월 25일이었으나 메드트로닉은 거래 종결일 직전까지 공개매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기를 내년 1월 3일로 연기했다.
두 번째는 김재진 대표 주식담보대출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김 대표 보유주식 366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이오플로우 거래재개 당일 담보로 잡고 있던 김재진 대표 주식 가운데 66만4097주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대출 계약이 만료하면서 일부를 회수한 것이다.
현재 김 대표는 잔여 대출금액 100억원, 188만6793주가 담보로 더 잡혀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잔여 대출금액 관련해 다음달 15일까지 담보권 실행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시장 우려는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오플로우 주가는 지난 한주간 38% 가량 하락했다. 거래재개 당일 1만6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한주 만에 1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재진 대표 "불확실성 조속히 해소, 중장기적 성장 집중해 나가겠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김재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김재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메드트로닉과 계약으로 회사나 본인 주식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시장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먼저 그는 본인 보유 주식 중 일부가 장내 매각된 것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채권 회수 조치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 잔여 대출 100억원은 대환을 포함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김 대표는 "많은 불확실성으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오플로우가 세계에 단 두개밖에 없는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회사라는 점이나 대규모 제품 생산에 대한 기반도 갖춰진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인슐렛과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11월 초 정식으로 미국 법원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를 미국 법률대리인인 Cooley LLP를 통해 제기한 상태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도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을 증빙자료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처분에 대한 항소는 인슐렛 주장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 등을 충분히 소명하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및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회사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들에 집중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