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업계 사명(社名)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낡은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름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모호한 영문명으로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을 피하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투자해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 프로테옴텍은 지난 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프로티아'로 상호 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영문 사명은 'PROTIA'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신호탄으로 새로운 출발과 변화의 의지를 담아 상호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티아 상호 변경은 2000년 창립 23년 만이다. 새 사명인 프로티아는 이전 상호인 프로테옴텍에 '영역'을 의미하는 이아(ia)'를 추가한 이름이다.
프로티아가 보유한 단백질 기술 기반 의료용 제품의 영역을 세계시장으로 더욱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프로티아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독자적인 면역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티아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최초 전기용량 측정 방식을 적용한 항생제 감수성 신속 진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휴벡셀도 상호명을 '오건에코텍'으로 변경했다.
휴벡셀은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오건에코텍(Organ Eco Tech)'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2006년 설립된 오건에코텍은 척추 임플란트와 수술용 기구를 만들고 있다. 2016년 7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오건에코텍 전신은 디오메디칼이다. 디오메디칼은 앞서 2017년 3월 사명을 휴벡셀로 변경한 바 있다.
오건에코텍은 최근 의료 소재 산업 진출로 바이오 기술 회사로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사이드)과 프로테오글리칸 등 의약품 원료 소재 국내 생산을 위해 대규모 연어 양식장을 매입했다.
휴벡셀은 이 양식장에서 연어 정액과 정소에서 추출하는 PDRN이나 연어 코(鼻)연골에서 추출하는 프로테오글리칸 등 수입에만 의존해 온 의료와 바이오 주요 소재를 직접 국내에서 대량 생산할 방침이다.
지난 9월에도 고분자 소재 전문 기업 이엠(EM)과 합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합병을 통해 두 회사는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엠(EM)은 고분자(폴리머) 소재를 활용한 이차전지 분야에서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자회사 심혈관 의료기기 제조사 오스템카디오텍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오스템카디오'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스템카디오는 심혈관 의료기기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수입제품 의존도가 높은 심혈관 의료기기 시장에서 2021년 국산 제1호 에베로리무스(Everolimus) 약물 방출 관상동맥용 스텐트를 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양시에 국내 스텐트 연간 사용량 약 38%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562㎡)의 스텐트 생산 시설을 완비하여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오스템카디오 전신은 1991년 설립된 '신한 카디오텍'이다. 카디오텍 '카디오(cardio)'는 '순환기내과'를 뜻하는 'cardiology', '심혈관의'라는 뜻을 지닌 'cardiovascular'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어근 ‘cardio’에서 차용된 사명이다.
21세기를 앞둔 90년대 당시 첨단기업 이미지를 주기 위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명 변경 유행이 불면서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의미하는 '텍'을 붙여 '카디오텍'이 됐다.
오스템카디오 사명 변경은 2016년 오스템임플란트에 인수된 지 7년 만이다.
오스템카디오 관계자는 "30년 전 설립된 전신 기업 잔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인류 공동체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당사의 기업 비전과 철학을 드러내기 위해 기술 우선주의를 내포하는 텍을 뺐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함께 유관기관들의 상호 변경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은 지난 4월 회원사 건의로 시작한 명칭 변경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단체명을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에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으로 공식적으로 변경했다.
영문명은 기존 KMDICA(Korea Medical Devices Industrial Cooperative Association)에서 KMDA(Korea Medical Devices Association)로 변경한다.
조합은 이번 명칭 변경은 의료기기산업이 첨단, 혁신 기술 기반으로 변화함에 따라 '공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료기기산업 전체 발전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또 해외 기관 및 기업에게는 기존 명칭인 'Cooperative Association'이 일개 기업인 것처럼 오해되는 사례가 많아서 이와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Medical Devices Association'으로 변경하고 실질적인 한국 의료기기 제조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다.
이재화 이사장은 "의료기기산업 새로운 백년을 맞이하기 위한 차별화된 회원사 지원을 위한 준비 단계"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조합 임직원도 의료기기 기업들의 성장과 권익 향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