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과 헬스케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결별한 카카오가 연세대학교의료원과 협력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세의료원과 운영 중인 조인트벤처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카카오그룹 계열사로 편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분율을 확대하며 지배력도 키우고 있다.
파이디지털헬스케어는 카카오가 2019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워 지분투자를 한 헬스케어 플랫폼 회사다.
디지털치료제(DTx)를 비롯해 의료 인공지능(AI), 의료 빅데이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헬스케어 신규 과제 컨설팅, 의료데이터 큐레이션 및 비즈니스 모델 발굴 지원도 하고 있다.
파이디지털헬스케어는 당초 의료정보화 관련 서비스 개발을 목적으로 연세대학교기술지주와 케이티(KT)가 2012년 6월 설립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9년 KT가 무상감자 후 잔여지분을 모두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양도하면서 연세대와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다.
파이디지털헬스케어는 카카오가 주주가 된 초창기에는 경영 주도권이 연세대 측에 있었다. 지분율도 연세대기술지주가 83.33%,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16.67%로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매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지분을 늘렸고 2021년 말 각각 65.79%, 34.21%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만 보유하고 있던 RCPS(상환전환우선주)까지 전환하면서 현재 50%, 50%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임원선임 권한도 추가로 확보하면서 이사회 영향력도 키웠다. 공시에 따르면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이사회는 카카오 측과 연세대 측 인사가 각각 2명씩 총 4명이 포진해 있다.
우선 김경원 대표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로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 데이터서비스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유승찬 이사도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과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다.
카카오 측에서는 윤기윤 카카오헬스케어 부사장과 김수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투입된 상태다. 김수진 전문의는 2022년 5월 카카오헬스케어에 합류한 인물이다.
카카오가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지배력을 확대하고 나선 것은 헬스케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나서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청산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는 2022년 5월 HD현대(前 현대중공업지주)와 설립한 국내 최초 의료데이터 회사를 청산키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에 거점을 둔 이 회사는 2019년 1월 HD현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각각 50억원 씩 총 100억원을 출자해 탄생했다.
이들은 국내 의료 빅데이터를 구조화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관련 산업을 선도해갈 계획이었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출범 4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이사회 재편 시기와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해체 시기도 겹친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연세대의료원의 공동 행보도 포착되고 있다. 오는 30일 카카오와 연세의료원이 공동 개최하는 '2023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과의 협력은 무산됐지만 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과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연세대의료원과 협업 사례를 늘려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