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피씨엘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업 다각화로 경영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지만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사업까지 대거 추가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피씨엘이 오는 10월 1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주목할 점은 새롭게 추가하는 사업 목적이 47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우선 피씨엘은 의료기기, 의약품, 혈액 등 기존 사업과 유사한 항목을 대거 추가했다. 회사 원천기술인 다중면역진단기술(SG Cap)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구체적으로 ▲신약 및 마약류 및 향정신성 의약품 연구개발 ▲혈청, 혈장, 혈액제재, 백신, 및 항독소 등 생물학적 제제, 유전자재조합 의약품, 세포배양의약품 연구개발 ▲임상시험, 분석, 통계, 자문, 대행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원천기술을 활용해 양산할 수 있는 모든 제품을 판매해 실적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에서도 해외 수출 기회가 열려있는 다중 혈액 스크리닝을 중점 사업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도 대거 추가됐다.
대표적으로 ▲애완 동물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 ▲유아 및 생활용품 제조 및 도·소매업 ▲콜센터 운영업 및 대행업, 텔레마케팅 서비스 ▲테이프 및 박스 제조 및 유통 관련 공산품 원자재 도·소매업 등이다.
또 광고대행업, 광고물 작성업, 홈쇼핑 광고업과 섬유 및 원단, 부자재 도·소매업도 포함됐다.
피씨엘이 방대한 사업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계속되는 적자 경영에 있다.
피씨엘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진단키트를 내세워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팬데믹 종식과 함께 줄곧 실적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20년 매출액 537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보였으나 2021년 매출액 461억원, 영업손실 257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매출액은 급격히 떨어져 2022년 372억원, 2023년 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82억원, 161억원이다.
피씨엘은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 8억원, 영업손실 74억원으로 매출액은 줄고 영업손실은 늘어나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투자 기업 GEM(Global Emerging Markets)으로부터 약속받았던 약 300억원 규모의 투자가 무산되면서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GEM은 벤처캐피탈 및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장기투자 운용사다. 세계 각지에서 약 4조5000억원을 운용 중이다.
피씨엘은 작년부터 GEM에서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홍보해 왔다. 이들은 ▲현지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 유치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품 기술 협력 강화 ▲현지 바이어 발굴 및 합작을 통한 성공적인 미국 현지 시장 진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실제 GEM은 지난해 말 김 대표로부터 529만1004주를 사들였고 올 1월 100억원을 들여 피씨엘이 발행한 신주 250만9410주를 취득한 바 있다.
GEM은 김 대표로부터 구주물량 529만1004주를 사들이는 것 외에도 피씨엘이 발행하는 총 3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514만7932주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GEM은 100억원어치 투자만 참여하고 나머지 200억원 투자계획은 철회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