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기업 젠바디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과거 감사보고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받으며 계획이 무산된 지 6년 만이다. 한때 기업가치만 1조원에 달하며 바이오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만큼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젠바디가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진행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기술성 평가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필수 절차로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 두 곳에서 각각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젠바디는 한국평가데이터와 이크레더블에서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됐다.
2012년 설립된 젠바디는 진단용 항원항체 원료와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6년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측방유동신속진단(LFRT), 형광면역진단(FIA), 수직유동신속진단(VFRT) 등 다양한 진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젠바디는 이번 기술성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2024년 감사보고서가 발간되는 내년 초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젠바디가 IPO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젠바디는 지난 2018년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당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데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여 기업가치만 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젠바디는 2017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좌절을 겪었다.
기업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직전 사업연도 감사 의견이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하나 젠바디는 재고자산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외부 감사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젠바디는 이듬해인 2019년 상장예심 청구서 제출을 계획했지만, 당시 매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 정권 교체 시기가 맞물리면서 최종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수차례 고배를 마신 젠바디는 한동안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번 기술성 평가 통과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특히 그간 회계 이슈를 정리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젠바디가 과거 바이오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만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기술특례상장 심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젠바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37억원으로 직전 년도(1527억원)에 비해 90%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해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젠바디 입장에서도 과거 상장을 추진할 때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젠바디 측은 상장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젠바디 관계자는 "과거 실적과 상장 준비 과정에서 이슈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해석"이라며 "과거 감사보고서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외진단 산업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진단소재 기반 신속진단 플랫폼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IPO는 젠바디 최종 목표가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상장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