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수입 일변도였던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국산 의료제품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성장을 규제 분야에서 뒷받침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 채규한 국장[사진 中]은 최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축적된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진단시약 등 방역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실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이지만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의료기기 인허가 비율은 제조가 수입을 앞질렀다. 2022년 기준 의료기기 국내 제조 54.4%, 수입 45.6%로 집계된다.
채규한 국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의료제품 중 진단기기 등 의료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게다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와 같은 장비 국산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의료기기 분야는 국민 안전은 물론 국가 산업 발전도 견인하고 있다"며 "무역수지가 3년 연속 흑자이며 국내 제조가 수입을 추월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서 식약처 역할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특수로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식약처는 3가지 과제를 지원할 방침이다. '규제혁신', '국민 안전', '디지털 혁신'이다.
채 국장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제도나 허가 경험이 없을 경우 혁신 제품들의 시장 진입이 지연됐지만, 이제는 그런 일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제도와 길을 터주는 규제개혁을 실천하겠다"며 "예컨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국제 수준의 성능 및 평가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같은 신기술 사용에 있어 소외계층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혁신 부합하는 제도 개선 이뤄나갈 것"
"산업계, 병원계, 학계 등과 네트워크 확대"
또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의료기기 개발 및 제품화에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접목시킬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미 이런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개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 개발에 '분산형 임상'이 처음 도입된 것. 생화학적 방식 임상이 아닌 디지털 바이오마크를 활용한 임상이 활용된 것이다.
채규한 국장은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비롯해 신기술을 적용된 디지털 의료제품이 개발되고 있다"며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됐던 임상시험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분산형 임상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제품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 구축이 바로 규제 2.0이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서도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 제정이 이뤄진다면 디지털 의료제품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임상부터 사후까지 제품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 및 병원과의 협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내부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 국장은 "의료기기 분야 발전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며 "산업계, 병원계, 학계 등 여러 전문가 단체들을 만나며 시장 동향과 규제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선 공동데이터모델(CDM) 활용 어려움, 의료기기 고유식별코드(UDI)와 전자문서교환방식(EDI) 코드 관리 효율성 제고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었다.
그는 "병원의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 및 안전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며 "연구자들과도 협의해 제품 개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며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