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분류돼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업체들의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올해 제약·바이오 부문에 투자되는 비중도 감소, 분위기가 예년과 달라진 실정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업체는 애드바이오텍, 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 보로노이 등 4곳이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스피 시장에 입성해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를 선도했으나 올해는 투자자들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듯 지난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 들어선 4개 기업 중 3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동물용 항체의약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애드바이오텍 공모가는 7000원이었으나, 현재(8월 16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28% 하락한 504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식물기반 신약개발 업체인 바이오에프디엔씨 공모가는 2만8000원이었다. 현재 주가는 12.9% 떨어진 244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용기기 제조업체 노을 공모가는 1만원이었으나, 현재 주가는 7510원으로 공모가 대비 24.9% 급락했다.
정밀 표적치료제 신약개발 업체인 보로노이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보로노이 공모가는 4만원이었으나, 현재 주가는 16.5% 상승한 4만6600원에 거래 중이다. 다만 코스닥에 입성하기 이전 희망 공모가가 5만~6만5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올해 IPO 부진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금년 신규 투자 규모는 4조6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3% 증가했다. 반면 바이오·의료부문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상반기 바이오·의료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6758억원으로 전년보다 16.2% 감소했다.
이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이 최근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새 글로벌업체에 기술이전 계약했다가 해지 당하는 케이스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배임·횡령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어 신뢰도가 하락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신약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크고, 기간이 올래 걸려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등과도 맞물려 해당 업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IPO 성적은 양호…희망공모가 하단보다 낮게 상장
다만 하반기에 상장한 업체는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 에이프릴바이오와 AI 진단기업인 루닛 등 2곳이 있다. 상장한 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주가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상반기 상장업체보다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공모가는 1만6000원이었으나 현재 주가는 30% 가량 오른 2만1250원이었다. 다만 희망공모가가 2만~2만3000원 수준이었다는 감안하면 평타 수준이다.
루닛의 공모가는 3만원이었으나, 현재 주가는 3만9000원으로 약 30% 상승했다. 이 업체의 당초 희망공모가는 4만4000원~4만9000원이었으며, 아직까지 희망공모가 하단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또 조만간 상장이 입박한 업체로는 면역 혁신신약개발 샤페론이 꼽힌다. 샤페론은 얼마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이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샤페론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8200원~1만200원 수준이며.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 28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샤페론은 9월 말 상장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현재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업체는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오노트, 바이오인프라, 에스바이오메딕스 등이 있다. 이들 업체들도 하반기 상장 사정권에 있는 업체들이다.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IPO를 계획하고 있으나, 하반기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 실제 상장에 성공한 업체들도 희망공모가 하단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형성되고 있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상장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임상에 실패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올해에만 상장 철회를 선언한 업체로는 디앤디파마텍·이뮨메드·한국의약연구소·퓨쳐메디신·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이 있다.
이들 업체가 상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최근 분위기로 봤을 때 상장 공모가가 희망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어 이는 향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신약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IPO를 계획하고 있으나, 상장 계획이 계속 지연될 경우 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