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 경영권을 두고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소액주주들은 앞서 사측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올린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최근에는 주식을 대량 매수하며 경영 영향력도 행사하고 나섰다.
최대주주 측 지분이 8% 수준으로 낮은 상황에서 회사 소유주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휴마시스는 지난 18일 구 모씨 등 특수관계인 5인 의결권 있는 주식 총 186만6853주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휴마시스 전체 주식 비율 중 5.45%에 달하는 규모다.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개인이나 법인이 주식 매입이나 매각으로 1% 이상 지분변동이 생길 때 공시한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개인이나 법인이 상장회사 지분을 5% 이상을 보유하게 될 때도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데, 휴마시스의 경우 구씨 등 5인 보유주식 비율이 5.45%로 늘어나면서 공시 의무가 생긴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구씨 등 5인 일반 투자자 지분 보유 목적이 투자가 아닌 '경영권 참여'라는 점이다.
공시에 따르면 구씨는 "휴마시스 주주로서 본인과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이에 기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 선임과 함께 개정된 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의 관련 행위를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휴마시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 지분율이 6.9%로 배우자, 처남 등 특수관계인 몫을 더해도 차 대표 측 지분율은 7.58%로 낮다. 이에 비해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80.31%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끌어모으고 있는 만큼, 향후 차 대표 입지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차정학 대표 등 회사 경영진이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지난 9월 주주제안 안건 상정에 대한 내용 증명서를 사측에 보내고 임시 주주총회를 이끌었다.
당시 주주들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경영 전문 이사 1명, 인수합병(M&A) 전문 이사 1명 선임 ▲소액주주 추천 감사 선임 ▲임원 보수 한도 50억원 증액 등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휴마시스는 주총에서 소액주주가 제안한 안건 중 임원 보수 한도 상향 건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밖에 ▲분기배당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정관 변경 ▲사내이사 박혜림, 사외이사 한상미, 상근감사 장현주 선임 ▲주식 병합(주당 100원→500원) 등 안건을 내세웠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선택적으로 주주제안을 반영했다"며 반발했고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현재 휴마시스는 일련의 분쟁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휴마시스는 지난 2000년 설립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로 2017년 하이제2호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와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감염성질환, 암표지자, 여성관련 검사 분야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상반기 기준 휴마시스 전체 매출 98.4%를 차지한다.
회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내세워 폭발적인 성장을 일궜다. 지난해 매출 3218억원, 영업이익 1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4%, 663% 성장했고, 올 상반기 매출도 44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