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질전환 돼지의 심장 이식을 받은 영장류가 182일째 생존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첫 사례로 향후 임상 연구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옵티팜(대표이사 김현일)은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180일(6개월) 넘게 생존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옵티팜과 건국대학교병원, 안전성평가연구소(KIT)로 구성된 국내 연구진은 지난 2월 16일 6개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심장을 영장류에게 이식했다.
이종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는 지난 5월 2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존 기간 100일을 돌파했고 오늘 자로 182일째 생존 중이다.
이종 이식 비임상 연구에서 180일은 남다른 의미로 여겨진다. 아직 고형 장기에 대한 임상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종 췌도에 적용된 기준을 준용해 보면 임상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최소 생존 일수에 해당된다.
이종 췌도의 경우 비임상시 같은 프로토콜을 적용해 8마리 중 5마리가 6개월을 생존하고 그 중 한 마리가 1년을 생존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인체 임상에 나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80일 이상 생존한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는 현재 미국 연구팀 이외는 없다.
이종세포나 조직 대비 신장, 심장, 간 등 고형 장기는 면역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컨트롤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김현일 대표는 "작년 형질전환 돼지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221일이라는 국내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종장기 기술 역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형질전환 돼지 고도화와 함께 면역억제 프로토콜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연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영장류 상태가 양호한 만큼 최대 생존 일수까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 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최근 신장 연구에 처음으로 적용한 8개의 유전자가 변형된 형질전환돼지를 심장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옵티팜은 올해 안으로 미국 이종장기 수술에서 사용한 일명 ‘텐진(Ten Gene, 10개 유전자가 변형된 형질전환 돼지)’ 타입을 처음으로 생산할 전망이다.
이번 이종심장 이식 수술의 집도의를 맡은 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는 "현재까지 이식된 심장은 정상 수준으로 잘 뛰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는 만성 면역거부반응을 어떻게 컨트롤 해 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형장기 분야에서 180일을 넘는 데이터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라면서 "이종 세포와 조직 분야에서도 이러한 연구 성과에 보조를 맞춰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FDA 접근 확대(동정적 사용) 조항을 적용해 2022년 1월과 2023년 9월 만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2번의 이종 심장이식 수술을 실시했고 각각 2달과 6주 생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