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기획 上] 보건복지부가 약 39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국가연구개발’ 관련 사업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들 연구에 대한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11일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교육부는 금년 1월 17일 복지부에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논문에 대한 연구부정 검증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는 “논문 136건에 대한 대학별 검증이 완료됐으나,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단된 124건 가운데 85건은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과제와 논문에 대해 부정 여부를 검증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진흥원을 통해 서울의대 교수 2명, 연세의대 교수 2명, 성균관의대 교수 2명 및 타 학과 교수 1명 등 총 7명에 대한 검증절차를 시작했다.
복지부의 연구윤리 위반 관련 검증 근거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31조 제1항,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 관리규정’ 제30조,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 연구윤리지침’ 등이다.
해당 교수들의 부정 유형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로, 이는 연구자 자신 또는 타인의 연구개발 자료나 연구개발결과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다.
쉽게 말해 논문 작성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는 의혹이다.
이들에게 투입된 예산은 서울의대 K 교수(2건·총 1억7700만원)·L 교수(13억4250만원), 연세의대 K 교수(2억4000만원)·H 교수(1억1500만원), 성균관의대 K 교수(5억원)·K 교수(2억7000만원) 및 N 교수(12억4500만원) 등이다.
단, 해당 논문에 지원기간 동안 투입된 총 예산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복지부 “부정 확인 시 구상권 청구 등 후속조치” 강경
복지부는 구상권 청구 및 고발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서 구성된 ‘연구윤리심의원회’에서 심의하고,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행정제재 등 심의·결정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관련 분야 전문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다.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에 따르면 △부정행위자에 대한 징계 요구 △5년 이내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기 지급된 정부출연금 일부 또는 전액 회수 △그 밖의 부정행위의 규모·범위 등을 고려한 별도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교수들 자녀가 모두 ‘뉴턴’이 아닌데, 모든 자녀들이 뉴턴이라고 올라온 셈”이라며 “확실히 검증을 거쳐서 절차대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남국 법률사무소 명현 변호사는 “연구부정에 대한 검증을 단순히 공저자로 국한해 버리면 해당 건만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수조치하려면 논문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혹은 허위라는 게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저자인 미성년자의 몫으로 연구비가 지출이 돼야 이것이 연구비 부당지출이 될 수 있고, 사기죄까지도 성립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대학과 병원 등은 말을 아꼈다. 더욱이 교육부가 해당 사안들에 대한 대학 측의 자체조사가 ‘부적절하다’고 공문을 통해 밝힌 만큼 특별한 입장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재조사 대상이 된 한 교수는 “공저자는 규정대로 넣은 것이고 실험을 모두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인정했다”고 말하면서 반발했다. 해당 대학 및 병원들은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내 최고 대학뿐만 아니라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연구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해당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뿐만 아니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구상권 청구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