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보험체계 안에서 의료기기 산업은 수가 시스템이 급여든 비급여든 시장 진입이 관건이다.”
24일 의료기기 산업 출입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사업단장[사진]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무엇을 건의했느냐는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내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주재했는데, 이 자리에 김 단장이 함께 했다.
인공지능(AI) 의료기기·디지털치료기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시장 지배기업이 없지만,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에 속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다수 있다. 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단일의료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수가 시스템, 급여든 비급여든 의료기기 업체들이 뛰어 들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단장은 “단일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의료기기 산업에서 중요하고, 급여냐 비급여냐도 마찬가지”라며 “외국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의료기기의 경우 비용효과성을 보이기 어렵고,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식약처에서 안전성, 유효성 등 검증을 받은 제품들이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다 보면 급여든 비급여든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며 “AI의료기기, 디지털치료기기 등을 통틀어 급여체계에 들어간 게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의 예로 뷰노 사례를 들었다. 뷰노의 인공지능(AI) 심정지 예측프로그램인 ‘딥카스’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적용을 받아 3년 동안 비급여로 이용될 수 있게 됐는데, AI 의료기기로서는 ‘최초’다.
나아가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혁신의료기술을 함께 하는 ‘통합심사제도’를 만들고, 소요 기간을 350일에서 80일로 줄이도록 노력한 점을 자평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의 세부안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김 단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세부안을 만들고 있는데, 산업계 목소리를 담은 전향적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해당 제도를 통해서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의료기기들이 많아지면, 이중 ‘빅플레이어’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여든 비급여든 시장 진입이 관건"
옥상옥 등 우려 의료기기 '민간인증제' 스톱
아울러 김 단장은 의료기기 민간인증제(인증제) 추진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사업단은 신뢰도 문제로 국산 의료기기가 임상현장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대한치과협회의 치과용품 추천을 벤치마킹한 인증제를 추진한 바 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활용 비율이 2014년 8.2%, 최근 1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인데, 관련 설문조사 결과 ‘품질이 떨어진다’ 외에도 ‘잘 모르겠다’ ‘신뢰가 안 간다’ ‘성능과 AS에 대한 믿음이 없다’ 등이 주요 답변으로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료기기 추천이 ‘의료광고’로 해석될 수 있다는 법적인 조언, 업체들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추진이 멈춘 상태다.
김 단장은 “현 제도상 전문가가 의료기기를 추천 하는 걸 광고로 쓸 수 없다는 점, 건강보험 등재 등도 힘든데 또 다른 허들로 인식한다는 점, 인증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며 “지난해 말 멈춘 이후 1년 동안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업단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등 민간의 영역과 겹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공공성’을 강조했다. 최근 종료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기된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이점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김 단장은 “사업단이 공공과 민간의 중간에 위치해 중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민간과) 큰 차이점”이라며 “장애인, 고령자, 소외계층 등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공공영역에 있는 부분들도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