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기피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의사가 소신 진료를 하고 나서도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부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26일 코리아나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한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를 마치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30일 열리는 '제1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앞두고 협의체 운영 목표 및 방향을 정하고, 제도 개선에 대한 상호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상견례 자리였다.
이 회장을 비롯해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의협과 복지부는 앞으로 매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 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필수의료 활성화 대안으로 군불을 지피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민감하고 세부적인 안건은 이번 간담회에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필수 회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계가 많은 헌신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조금씩 분위기가 완화되는 시점이기에 필수의료 강화 및 의료 정상화와 같은 중요한 현안들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와 시스템이 모두 개선돼야 한다"며 "특히 의사들이 필수의료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소신 진료를 하고서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들로 인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여야 정당은 물론 환자단체도 고위험진료에 대한 의료사고 처벌 면제 검토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비롯해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정부와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또한 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의료 관련 정책들은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번 협의체에서 이런 안건들도 다룰 예정이다.
이 회장은 "기술발전, 사회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거부하기보단 이제 의료계가 전문가로서 의견을 내고, 그 결과가 제도 및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안건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늘은 상호 신뢰와 방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기에,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그는 답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외에도 수도권에 비해 열악해지는 지역의료 대책, 의학교육 및 전공의수련체계 발전 방향,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돌봄 문제 등 의정 간에 공감이 가능한 주제를 시작으로 국민과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규홍 장관도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적극 힘을 보탠 의료계에 감사를 전하고,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부도 적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조 장관은 "오늘 회의는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에서 밝힌 원칙과 필수의료협의체를 통해 구축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개최됐다"며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 뜻깊고 의미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한민국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 정상화'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