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부터 83년 동안 도심 한복판을 지키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20년간 누적된 적자 끝에 폐원을 논의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등에 따르면 병원은 오는 6월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폐원 여부를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서 의결할 예정이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서울병원 경영정상화 TFT에서 이사회에 폐원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사회에서 안건이 의결되면 폐원 수순을 밟는다”고 밝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인제의료원 재단 본원으로 상징성이 크고, 83년이라는 오랜기간 명동 중앙에서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역사성도 깊은 곳이다.
1941년 백인제 박사가 개원한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작으로, 지금의 서울백병원은 1975년 완공됐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대회 지정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백병원이 폐원을 논의하는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누적된 적자에 병원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73억원 손실을 본 뒤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그 폭은 해마다 커져 지난 2022년에는 161억원까지 늘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20년 동안 누적된 적자만 1700억원이 넘고 지난 3~4월 두 달동안 2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병원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수련까지 포기했는데 적자 불가피”
병원은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7년 전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를 만들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병상을 최대 400여개에서 122개으로 축소하고 외래공간, 수술실 등 시설 리모델링 및 인력 감축 등을 진행했다.
지난 2019년에는 레지던트 수련까지 포기하고 나서며 인턴 수련만 진행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외부기관 컨설팅을 통해 경영평가를 받고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도심 종합병원 운영 난항, 외래·수술환자 유입 힘들어 경영난 가중"
병원의 적자 경영은 도심공동화 및 인근 대학병원과의 경쟁 심화 등이 결정적 이유로 분석된다.
비슷한 이유로 중구 필동에 있던 중앙대 필동병원은 2004년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했으며, 이대 동대문병원과 중앙대 용산병원, 제일병원은 폐원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도심에 있는 큰 종합병원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심에 있다 보니 주거지가 아닌 사무밀집지역이라 외래환자와 수술환자 유입이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근처에 서울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등이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사회 의결 결과에 따라 병원이 폐원을 결정해도 서울백병원 직원 고용은 승계병원으로 승계되는 방식으로 전환될 계획이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직원들도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TFT가 운영되는 동안 고통받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