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약사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약사는 한약제제를 판매할 수 없다” 등 입법 보완을 요구하는 각 직능 입장의 국회국민동의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두고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취급하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며 약사와 한약사 간 직능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모습이다.
27일 국회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최근 약사로 추정되는 한 청원인은 “약국 개설자가 면허범위 내에서 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지난 수년간 한약사들은 약국 개설 후 면허범위를 넘어서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을 판매해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비(非) 한약제제에 대한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은 의약품 판매에 있어 ‘면허범위’에 대한 제한 조항이 없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취급자격을 정하는 현행 약사법 44조1항은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정한다.
여기에 약사와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 경우 약국 개설자는 각각 면허번위에서 의약품을 취득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일반의약품의 판매 자격을 정하는 약사법 50조3항에도 ‘면허범위 내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월 14일 시작된 청원에는 27일 정오까지 1만3천228명이 동의했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한약사들도 ‘맞불’을 놨다.
지난 21일 한약사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약사가 한방의약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원글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약학대학에는 한약과 한방원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과목이 없다”며 “그러나 현재 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이란 이유로 한방의약품을 취급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 또한 약사는 한의사의 처방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며, 이 은 내용은 1993년 국회 회의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청원글에 당시 회의록을 첨부했다.
한약사 제도가 막 도입됐을 당시 약사 업무범위에는 한약제제 취급이 한시적으로 포함됐다.
약사 업무범위를 정하는 약사법 2조2항에는 괄호조항으로 ‘한약제제’가 기재돼 있다. 때문에 한약사 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약사 개설 약국에서 한약재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약사와 한약사 간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약사가 배출된지 20년이 지난 지금, 해당 법조항에서 약사의 한약제제 취급을 허용하는 문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한방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약사들이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처방하고, 수험생들이 무분별하게 우황청심원을 사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서도 조속히 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21일 시작된 해당 청원에는 27일 12시까지 1292명이 동의한 상태다.
국회 국민청원은 10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에 회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