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미 관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지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여부가 아닌 범위에 대한 부분을 검토 중인 만큼 의료계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즉 복지부는 이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키로 입장을 정했고, 그 구체적 범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CT, MRI 등 고도의 판독기술이 요구되는 의료장비까지 허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7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현재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범위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실 복지부의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방침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졌던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진행된 사안으로, 1년이 훨씬 넘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한의사가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료한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는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한의사가 충분히 판독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헌재 판결 이후 내부 검토를 착수했지만 워낙 직역 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좀처럼 답을 내리지 못하고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연말 민관합동회의인 규제 기요틴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이 포함된 것은 복지부가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복지부는 현재 헌재 판결을 토대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범위에 대해 검토안을 작성 중이며 조만간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유관단체들의 의견수렴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민규 과장은 “이미 헌재 판결이 내려진 만큼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은 결정된 사안”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기기 종류와 행위 등 구체적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의 우려처럼 무분별한 허용이 아닌 철저히 헌재 판결에 입각한 범위 내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각에서 여의치 않은 한의계 상황을 감안해 힘을 실어줄 것이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의계 편들기가 아닌 헌재 판결에 입각해 범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CT, MRI 등 모든 의료기기에 대한 허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과도한 걱정”이라며 “내부 검토안이 마련되는 대로 유관단체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규제기요틴에 명시된 바와 같이 오는 6월 중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범위 등 관련 사항을 모두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기준으로 △교육 및 숙련 정도 △사회통념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등을 제시, 이에 부합할 경우 사용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