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원격의료 시행 저지를 목표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한 지 1년여 만에 또 다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의 규제 ‘기요틴’을 겨냥해서다.
16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에 따르면 임원진 회의를 통해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2월 8일경 서울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무진 회장은 이번 정부의 규제 기요틴에 반발, 20일부터 단식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미 전국 시군구의사회에는 규제 기요틴 대응을 위한 반모임 개최를 당부한 상태다.
뿐만 아니다. 오는 2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선거관리규정 개정의 건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 제안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 개정의 건과 함께 정부 발표, ‘규제 기요틴’저지를 위한 대응 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의협은 1년 전 이 무렵,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대표자결의대회’를 열고 “원격의료 위한 의료법 개악과 영리볍원 도입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대정부 투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물론,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의 규제 개혁안은 원격의료보다 더 큰 위기감으로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판단한 의료계가 또 다시 대정부 투쟁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추무진 회장은 이날 대회원 호소문을 통해 “국민 건강 희생의 단두대라고 할 수 있는 의료분야 규제 기요틴은 국민의 건강을 규제 완화라는 미명 하에 내팽개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추 회장은 “의료의 원칙과 전문성을 무시함으로써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정부가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분연히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이를 도외시한 채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 논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 등 본격적인 투쟁 행보를 펼치기에 앞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성공적인 개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선, 투쟁 동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주 공식적인 해산을 발표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규제 기요틴 과제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역량과 힘이 한 데 결집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썬 가늠하기 힘들다”고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 A시도의사회 회장은 “반모임 등을 진행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회원 모두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의료 본질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B시도의사회 회장은 “회원들이 느끼는 분노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때문에 추무진 집행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회원들의 정서를 읽고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정부 설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길 바란다”면서 “사실상 정부가 발표했던 것을 백지화 할 수는 없는만큼 단기간 성과 도출에 집착하기 보다는 합리적 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