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에서 출발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국회에 당도했지만 이에 대한 의·한방계 표정이 극명하게 갈려 험로가 예상된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은 대표적인 직역 간 갈등 사례로, 의료 일원화 논의가 시작된 10여 년 전부터 불거졌지만 정부가 불을 붙여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보건의료계를 휩쓸자 새누리당 김정록·김제식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등의 제안을 받아들여 2월 말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계와 한의계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의 폭을 넓혀 합의점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이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의 제안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관련 협의체 구성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으로 판단 근거를 찾고, 논의의 연속성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대한한의사협회장이 단식 후 회복 중이고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구성 시일을 특정할 순 없지만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국회에서 다뤄지는 것에 대한 양측의 반응은 상이하다.
양측 모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진을 하려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의 입장이 고스란히 묻어나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한의계의 경우 그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촉구해 온 만큼 공청회나 협의체 구성 등에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특히 국회는 의견수렴을 통한 제도 설계를 하는 만큼 의료계를 중심으로 공고하게 지어진 현 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공청회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당위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넓히는 사회적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논의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나고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불법’임이 드러났는데, 이를 입법기관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한 대한의사협회 한방특위원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이미 판례를 통해 불법이라고 정리됐다. 불법인 것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황당하고 불쾌하다"며 ”국회가 불법을 합법화 시키려 한다“고 일갈했다.
이들의 반응에 보건복지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역 단체가 돌아가며 단식을 하는 통에 더욱 예민한 사안이 됐다”며 “상반기 안에 규제 기요틴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으니 그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