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2017 FIP 서울총회’에서 대체조제·성분명처방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조찬휘 회장이 전세계 약사들이 모인 개회식 축사에서 국내 현황을 언급할 정도다.
관련 세션도 마련해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하지만 대체조제·성분명처방 의무화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있다.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세션2:제네릭 대체조제·성분명처방’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전문가가 연자로 나서 각국의 시스템을 소개하고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관계자들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국 연자의 발표 전 FIP 곤잘로 소사 핀토 박사는 FIP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72개국 중 프랑스 등 27개 국가에서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실제 해당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부분이 아닌 조사개요도 없는 6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 결과로 확인됐다.
의무화 알려진 국가···“실제론 아니다”
성분명처방 의무화가 시행됐다면 해당 국가의 성분명처방률은 100%에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대체조제율, 성분명처방률 등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했다.
각 국 의료시스템과 제도가 다른 상황에서 단순 질문 몇 가지로 성분명처방을 의무화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국내에 2015년부터 성분명처방이 의무화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5년 프랑스는 WHO에서 권고하는 국제통용명칭인 INN이나 성분명으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법제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벌규정이 없는 권고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프랑스 연자로 나서 발표를 마친 스테판 삐숑 박사는 “법제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의무화·강제화에 따른 처벌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성분명처방률은 20% 가량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의무화가 아닌 대체조제·성분명처방에 따른 인센티브제, 처방전 양식 변경 등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프랑스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성분명처방 의무화를 적용하지 않지만 제네릭 처방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제네릭 사용 저조, 성분명처방 의무화 아닌 약가측면 큰 듯"
일본은 지난 2007년과 2012년, 각 5년 단위 제네릭 의약품 사용 확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04년 7%에 불과하던 제네릭 사용률이 최근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네릭에 대한 신뢰 제고, 인센티브 제도 등을 이용한 것으로 의무화 정책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제네릭 사용률이 86%에 달한다. 2011년 65%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다.
프랑스는 인식변화 교육과 함께 보험제도를 통해 성과를 냈다. 의료비를 전액 지불한 후 추후 환급받는 방식의 프랑스 의료제도 속에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를 받을 경우 환급을 즉시 해주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반면 국내 제네릭 사용률은 34%에 불과하다. 가격이 싼 대체약을 처방한 의사들에게 절감액의 20%~40%를 지급하는 ‘외래처방 인센티브’ 등의 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은 제네릭 약가 산정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오리지널과의 약가 차이가 별반 다르지 않아 제네릭 처방율이 낮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제네릭 출시 2년이면 오리지널과의 보험 상한가가 같아진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건강보험공단 변진옥 연구위원은 “국내 약가제도는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어 재정절감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제네릭 약가 유지가 국내 제약산업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조제·성분명처방이 재정절감보다 환자 안전과 제약시장의 건전한 발전, 각 직군의 전문성 극대화, 환자 결정권 강화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