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채용
전문의약품 '성분명 처방' 불 지피는 약사회
제약계 '할인·리베이트 등 영업환경 더 황폐해질 것' 주장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약사회가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 강화 및 리베이트 예방 등을 근거로 '성분명 처방 법제화'를 강력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전반적인 제약업계 입장은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약사회는 관련 팀을 꾸려 제도화 추진을 위한 작업에 본격 나섰다. 지역약사회와 여자약사회도 성명을 발표하며 논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제품명 처방이 성분명 처방으로 바뀔 경우 영업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교체될 뿐 의약품 유통질서 관행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더라도 의약품 선택권이 여전히 전문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 영업사원(MR)의 판촉 장소가 병의원에서 약국으로 바뀔 뿐이다.
약사들 입장에서 효능이 비슷하다면 가격이 비싼 오리지널보다 싼 제네릭을 취급하는 게 마진 확보에 유리하다.
이에 제약사들 간 약가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리베이트 영업관행이 더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사와 MR이 비양심적이어서 리베이트 관행이 생긴 게 아니라 처방권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제약사는 많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불법적 영업활동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구조는 유지하면서 약사가 처방권을 가져갈 경우 영업환경이 더 황폐화될 것으로 본다"며 "약가가 인하되더라도 시중 판매 약가는 약사가 정하기 때문에 약가인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약 편의점 품목 확대 반대하면서 전문약 성분명처방 주장 모순"
게다가 직능 간 영역 다툼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약사단체가 '국민 의약품 선택권'을 앞세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왜냐하면 약사회는 그간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고 정부의 품목 확대 시도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은 상비약보다 소비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의학 전문가 지도 아래 복용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선택권 확대를 주장하니 모순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상비약 품목을 늘린다고 하니 자해 시도까지 하며 논의를 막었던 약사회가 국민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는 모습이 밥그릇 싸움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제도를 바꿔야 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현재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는 "호주는 오리지널 약을 사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대체조제를 우선하며, 포루투갈은 의사 처방이 있는 약 조제 시 환자에 제네릭 존재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대해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의료환경이나 제도,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미국 등의 국가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환경은 다르다"며 "성분명 처방과 제품명 처방은 누가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볼 수 없는 문제며, 각국의 상황과 보건정책 등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성분명 처방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주로 제네릭 생산 및 판매를 본업으로 하는 중소제약사였다. 이들은 성분명 처방 도입이 제네릭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이 확산되면 오리지널을 능가해서 판매되는 제네릭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런 트렌드가 생기면 오리지널이 무조건 낫다는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