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아기에게 모유를 먹여야 할 이유가 더 늘었다. 최소 3개월 이상 모유를 먹이면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microbiome) 형성과 폐 건강을 증진, 천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와 캐나다 매니토바대 연구팀은 20일 과학 저널 셀(Cell)에서 출산 후 3개월 이상 모유를 먹이면 아기의 소화기관과 호흡기 상부인 비강의 미생물 군집 성숙을 도와 취학 전 천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태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모유 수유 여부와 생후 첫해 장과 코 미생물 분석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조사하는 캐나다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 '차일드 코호트 연구'(CHILD Cohort Study)에 참여한 임산부·어린이 3천5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후 첫 3개월간의 모유 수유 여부가 태아기 흡연 노출, 항생제 사용, 산모의 천식 병력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유아의 소화기관과 비강 미생물 군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산 후 첫 3개월 이상 모유를 먹인 아기는 소화기관과 비강의 미생물 군집이 점차 성숙한 반면 3개월 이전에 모유 수유를 중단한 경우에는 미생물 군집 발달이 느려지고 취학 전 천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유에는 모유 올리고당이라는 복합 당분 같은 성분이 있어 모유를 먹이면 이런 성분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에게 유리하지만, 3개월 전에 모유를 끊고 분유를 먹이면 분유 성분 소화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 서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분유에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은 결국 모든 아기의 몸에 존재하게 되지만 이런 미생물이 일찍 증식할 경우에는 천식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뉴욕대 리아트 셴하브 교수는 "심장 박동기가 심장 리듬을 조절하는 것처럼 모유 수유는 아기 장과 비강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의 발달 속도와 순서를 조절한다"며 "미생물 군집이 건강하게 발달하려면 올바른 미생물이 적기에 적절한 순서로 번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에서는 모유만 먹은 아이보다 모유를 일찍 끊은 아이의 장에서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Ruminococcus gnavus)라는 박테리아가 훨씬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박테리아는 천식 위험 증가 등과 관련이 있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모유 성분과 미생물 데이터를 이용해 기계학습 모델로 천식 위험을 예측한 결과 흡연 노출이나 산모 천식 병력 등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모유 수유 기간이 천식 관련 미생물 군집에 오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셴하브 교수는 "이 연구는 모유 수유가 미생물 군집에 큰 영향을 미치고 호흡기 건강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최소 3개월간 모유 수유가 불가능한 어린이의 천식 예방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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