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정상 안압 녹내장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녹내장은 안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시에 안압을 유지해 주는 눈 속의 체액인 방수(房水)의 배출구가 좁아지면서 안압이 상승,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환자의 안압이 정상범위 안에 있는데도 시신경에 지속적인 녹내장성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다.
문제는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면 안과 검사나 건강검진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말기에 발견되는 수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대만 타이중(臺中) 재향군인 병원 안과 전문의 천유옌 교수 연구팀이 전국 건강보험 연구 데이터베이스(2001~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1만5천317명(평균연령 62세)과 연령, 성별을 매치시킨 대조군 6만1천268명의 치매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는 녹내장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5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많거나 여성이거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이 치매 위험이 가장 높았다.
녹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점안약(eye drop)은 치매의 위험 요인도 아니고 치매 예방과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는 치매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전에도 녹내장과 치매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결과들이 엇갈렸다. 정상 안압 녹내장과 치매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는 없었다.
녹내장과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죽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녹내장은 시신경의 망막 신경절 세포(retinal ganglion cell)가 손상돼 시간이 가면서 시력을 잃게 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 신경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녹내장과 치매 사이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깊이 연구하면 이 두 질환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10월 1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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