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산부인과 전문의가 환자 수백명을 상대로 저지른 상습 성추행에 책임을 지고 미국 뉴욕 대학병원과 의료법인이 수천억원 규모 배상을 하기로 피해자들과 합의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의료센터(CUIMC)와 이 센터를 산하에 둔 뉴욕-장로교 의료법인(NYP)은 7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로버트 해든(64) 전 컬럼비아대 임상조교수가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환자 중 147명과 추가로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1억6천508만1천 달러(2천352억 원)의 배상 기금이 마련되며, 원고(피해자들) 측과 피고(CUIMC·NYP) 측 등 사건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선임하게 될 특별관리인 지휘 하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분배된다.
CUIMC와 NYP는 이와 별도로 작년 12월 여성 환자 79명과 7천150만 달러(1천12억 원) 규모로 비슷한 합의를 한 바 있다.
두 차례 합의를 종합하면 피해자 226명에게 2억3천660만 달러(3천350억 원) 규모의 배상이 이뤄지게 된다.
해든은 1993년부터 2012년까지 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여성 환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뉴욕 주법원에서 기소된 죄목 중 일부에 대해 유죄를 시인한 뒤 유죄판결을 받고 의사면허를 박탈당했으나 실형 복역은 하지 않고 풀려났다. 그는 관련된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2020년에 기소돼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2020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정치인 앤드루 양의 부인인 이블린 양(40)도 포함돼 있다.
이블린 양은 첫 아이를 가진 임신 7개월 임부였던 2012년에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신고하고 검찰과 기소대배심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양을 비롯한 다수의 피해자가 증언한 것을 바탕으로 2014년 해든에 대한 대배심 기소가 이뤄졌다. 양은 2020년 CNN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일반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도합 226명의 환자와 합의가 체결됐으나, 합의에 서명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어 이번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양을 포함해 해든의 성추행 피해자 중 200명 이상을 대리한 앤서니 디피에트로 변호사는 자신이 대리한 의뢰인 중 이미 합의에 서명한 이들 외에 약 10명의 사건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UIMC는 성명에서 "로버트 해든의 환자들이 겪은 고통에 깊이 유감을 표하며 그가 해를 입힌 여성들에게 이번 조치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CUIMC는 NYP 의료재단 산하의 7개 병원 중 하나다. NYP는 컬럼비아대 의대와 코넬대 의대를 포괄하는 대학병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해든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올해 5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인 피해자가 법령상 시효와 무관하게 올해 11월부터 내년 11월까지 1년간 성추행 가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공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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