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곱슬머리를 펴주는 헤어 스트레이트닝(hair straightening) 크림이 자궁암 위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산하 국립 환경보건과학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 역학자 알렉산더 화이트 박사 연구팀 '자매 연구'(Sister Study) 참가자 3만3천497명(35~74세)을 대상으로 11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을 사용하지 않은 여성은 자궁암 발생률이 1.64%였지만 이 크림을 매년 4회 이상 사용하는 여성은 자궁암 발생률이 최대 4.0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기간에 매년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을 4회 이상 사용한 여성은 1천572명으로 이 중 26명이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여성은 3만329명으로 그 가운데 332명의 자궁암 환자가 발생했다.
연령, 생활 수준, 음주, 흡연 등 자궁암 위험요인을 고려했을 때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 사용은 자궁암 위험 55%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두피를 거쳐 혈관으로 스며들어 순환하다가 자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머리에 열상이나 상처가 있으면 이러한 화학성분들 흡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헤어 스트레이트닝 제품의 특정 브랜드나 크림에 함유된 특정 성분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제품에 사용되는 파라벤, 비스페놀A, 포름알데히드가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그러나 헤어 스트레이트닝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어떤 것이 자궁암 위험과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모든 머리털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케라틴은 황화물(sulfide)이라는 분자를 함유하고 있다.
케라틴과 황화물은 때로는 서로 쌍(pair)을 이루면서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 상태가 된다. 이때 머릿결이 곱슬이 된다.
곱슬머리를 펴게 해주는 헤어 스트레이트닝 크림에는 머리털 외피층이 열리게 하는 수산화나트륨과 이황화 결합을 무너뜨리는 암모늄티오글리콜산(ammonium thioglycolate)이 들어있다. 이밖에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또는 파라벤이 방부제로 들어간다.
미국의 경우 자궁암이 전체 여성암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여성 생식기관 암 중에서는 가장 흔히 발생한다. 최근에는 자궁암 진단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립 암 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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