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식욕 억제제는 여성에게 남성보다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 대학 로열 프린스 알프레드 병원(Royal Prince Alfred Hospital) 내분비 내과 전문의 서맨서 호킹 박사 연구팀이 총 1만6,428명이 대상이 된 3편의 관련 연구논문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이 같은 식욕 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체중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같은 식욕 억제제를 복용했는데도 여성은 체중이 약 20% 줄어드는 데 비해 남성은 13% 감소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연구는 과체중 남녀 1천961명을 대상으로 68주에 걸쳐 진행됐다. 이들에게는 인체의 식욕 조절 시스템에 작용해 배고픔과 칼로리 섭취를 줄이게 만드는 주사제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2.4mg 또는 위약(placebo)을 투여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티드 그룹은 체중이 16.9%, 대조군은 2.4% 줄었다.
남녀를 구분했을 때 세마글루티드 그룹의 경우 여성은 체중이 18.4%, 남성은 12.9% 각각 줄어 여성이 남성보다 체중이 30%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에는 과체중 또는 비만 남녀 3천723명이 참가했다. 이들에게는 식욕을 억제하는 또 다른 주사제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3mg 또는 위약이 56주 동안 투여됐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리라글루티드 그룹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체중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
3번째 연구에는 55세 이상 과체중 또는 비만 남녀 1만74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2형 당뇨병 또는 심혈관 질환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식욕 억제제 시부트라민(sibutramine) 또는 위약이 투여됐다.
1년 후 시부트라민 그룹은 체중이 평균 4.5%, 대조군은 2% 줄었다. 남녀를 구분했을 때 시부트라민 그룹 여성은 체중이 5.2%, 남성은 4% 줄었다.
그러나 약물이 아닌 다이어트와 운동 요법으로 체중을 빼는 경우에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이어트와 운동의 체중 감소 효과를 다룬 연구논문 11편의 자료를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11편의 연구논문 중 10편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체중이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도 체중이 '상당히' 줄었다. 이는 체중을 빼려면 다이어트와 운동이 효과적인 방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식욕 억제제가 여성에게 효과가 큰 것은 약동학(pharmacokinetics)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약동학이란 약물의 흡수, 분포, 생체 내 변화 및 배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 간 생리학적 차이로 약물이 체내에서 흡수, 처리, 배설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리버풀 대학 의대의 존 와일딩 비만 연구실장은 약물 치료 효과가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나는 한 가지 이유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체중이 가볍기 때문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남성과 여성에 똑 같은 용량의 약물을 투여했을 때는 여성이 체중에 비례해 약간 더 강한 용량을 받은 셈이 되기 때문에 약물에 대해 더 강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 비만 학술회의(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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