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 과다 섭취가 남성에게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가공 식품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추가하지 않는 재료(유화제, 트랜스 지방, 화학 물질, 착색제, 감미료 및 방부제 등)가 많이 포함된 식품으로 당분, 염분, 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과 섬유질 함량이 낮다.
제과 빵, 냉동 피자, 사전 포장 수프, 소스, 핫도그, 소시지, 프렌치 프라이, 탄산음료, 상점 과자, 케이크, 도넛,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터프츠(Tufts) 대학 식품과학·정책대학의 왕루 교수 연구팀이 보건의료 종사자 총 20만6천248명(24~28세, 남성 4만6천341명, 여성 15만9천907명)을 대상으로 25년 간 진행된 3건의 추적 연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3일 보도했다.
이들은 4년에 한 번씩 특정 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받았다. 이 중 남성 1천294명과 여성 1천922명이 연구 기간에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초가공 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남성은 가장 적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2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초가공 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남성은 특히 대장의 원위부(distal)인 좌측 대장에서 암이 발생할 위험이 72% 높았다.
그러나 대장의 근위부(proximal)인 우측 대장암 그리고 직장암과는 연관이 없었다.
초가공 식품 중에서도 특히 초가공 육류·닭고기 식품과 즉석(ready-to-eat) 생선 식품, 가당 음료의 과다 섭취가 대장암 위험과 가장 강력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는 여성은 대장암과 관계가 없었다.
초가공 식품 과다 섭취가 남성에게만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여성이 선호하는 초가공 식품은 남성이 자주 먹는 초가공 식품과 종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특히 여성이 자주 먹는 요구르트 같은 초가공 유제품은 여성들이 먹는 다른 초가공 식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전체적인 연구 결과는 체질량 지수(BMI: body-mass index) 등 대장암의 다른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조발성 대장암·위암 센터의 로빈 덴델손 박사는 초가공 식품이 암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논평했다.
육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질산염과 아질산염 그리고 육류를 고온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헤텔로고리아민(heterocyclic amines) 등 초가공 식품에 사용되는 특정 화학물질은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가이징거 의료 시스템(Geisinger Health System)의 소화기 실장 아미트팔 요할 박사는 초가공 식품에는 장에 서식하는 유익균에 변화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염증을 악화시켜 결국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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