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지 만 3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많은 부분을 베일 뒤에 감추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계속 변이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세 종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체만 해도 백신과 항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다. 진화를 통해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는 3개월만 지나면 급격히 효능이 떨어진다. 3차 백신 접종자의 '돌파 감염'도 흔한 일이 됐다. 이처럼 꽉 막힌 코로나 국면에 결정적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미크론을 비롯한 모든 코로나 변이에 대해 강력한 중화 효능을 발휘하는 항체가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발견됐다.
이 발견이 항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면 계속 '부스터 샷'을 맞을 필요가 없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의대의 나탈리아 프로인트 미생물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5일(현지 시각) 저널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프로인트 교수팀은 코로나 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2020년 10월에 예비 연구를 시작했다.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B세포의 염기 서열을 전부 분석했다.
당시는 코로나 변이체가 나타나기 전이었다. 피험자는 모두 '원조' 신종 코로나(original COVID strain) 감염자였다.
당시 분리한 9개의 항체 유형 가운데 2개가 오미크론, 델타 등 모든 코로나 변이를 높은 비율로 중화한다는 게 확인됐다.
원조 신종 코로나의 감염으로 체내에 형성된 항체는 바이러스 입자의 여러 다른 지점을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가장 효능이 뛰어난 건 스파이크 단백질의 한 지점에 달라붙는 항체였다. 이 지점은 숙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바로 그곳이었다.
코로나 변이가 출현하기 이전엔 이런 항체를 기반으로 개발한 백신도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변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항체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 됐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체라고 해서 몰라보게 변하는 건 아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ACE2 결합 지점에서 아미노산 염기서열 일부가 달라진 게 전부다. 그런데도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대폭 강해졌다.
이번에 찾아낸 두 항체(TAU-1109, TAU-2310) 유형도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합 지점은 기존의 다른 항체와 확연히 다르다.
두 항체의 결합 사이트는 돌연변이를 많이 겪지 않은 곳이다. 이것이 중화 효능이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실험 결과, TAU-1109는 오미크론의 92%, 델타의 90%를 중화했다. TAU-2310의 중화 효능은 오미크론의 84%, 델타의 97%였다. 이 발견은 향후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혁명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프로인트 교수는 "효과적인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면 새로운 변이체가 나타날 때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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