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보건체계가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 “유럽 각국 의사들이 대규모 정년퇴임을 앞두고 시한폭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WHO 토마스 자파타 박사는 “유럽 1/3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의사 40%가 정년이 임박했다"며 “긴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10년 내 의료인력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파타 박사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가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유럽 의료인력들이 정규 근무시간을 넘는 시간 외 근무에 지쳐 떠났고, 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이들 약 5만명이 숨지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는 주장이다.
WHO 한스 클루게 유럽 담당 국장은 "일손은 부족한데 근무 여건도 좋지 않아 의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교육 기회도 적어 의료 시스템이 고사할 지경"이라며 우려했다.
또한 WHO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간호사의 80% 이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유럽 간호사 10명 중 9명이 사직 의향을 표했다.
자파타 박사는 “부족한 의료인력은 미래 환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며 “대기는 더욱 길어지고 환자들이 필요할 때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학협회(BMA)는 최근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의료인력 부족 사태가 "위기"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 당시 인력 충원이 안 된 일자리가 11만 개가 넘었다고 밝혔다.
BMA 애밋 코하르 부회장은 "남아 있는 인력의 노동 강도가 높아져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는 결국 남아 있는 이들의 이직이나 결근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악순환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또한 최근 간호사가 크게 부족해지면서 의료 현장이 위기에 빠졌다. 캐나다 간호사연합연맹(CFNU)에 따르면, 올여름 캐나다 전역에서 200개 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폐쇄됐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간호사 인력은 약 13만7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 간호사들이 대거 은퇴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퇴직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태스크 시프트’를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2040년에는 의료·복지 분야 인력이 100만 명 가까이 부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