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어떤 암 종양을 둘러싼 생태계를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한다. 암 종양과 주변 미세환경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이것은 당연히 종양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다. 콜라겐은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콜라겐이 종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인체 내 콜라겐이 암 발달과 전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게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확인된 건 흔하지 않은 부류에 속하는 12형 콜라겐이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이 콜라겐 수위가 올라가면 유방암 전이를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형의 콜라겐은 또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형성될 때 핵심 역할을 했다.
호주의 가반의학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지 인간의 몸 안에서 발견된 콜라겐은 모두 28종이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1형ㆍ2형ㆍ3형ㆍ5형ㆍ10형 등 5개 정도다. 1∼3형이 대략 90%라고 보면 된다.
콜라겐은 뼈, 피부, 연골, 결합 조직 등을 구성한다. 세포외 기질은 보통 300∼400개의 분자로 구성된 입체 망사형 구조인데 콜라겐 단백질도 몇 종 들어 있다.
물론 종양 미세환경에만 세포외 기질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런 기질은 기능과 구조 면에서 몸 안 곳곳의 세포와 조직을 지지한다.
연구팀은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 포괄적인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특히 12형 콜라겐을 눈여겨봤다.
이 콜라겐은 다른 유형의 콜라겐이 형성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포외 기질이 입체 구조로 만들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유방암 종양을 전 임상(pre-clinical) 초기부터 세밀히 관찰했다. 여기서 종양이 발달함에 따라 세포외 기질을 구성하는 분자도 상당수 변한다는 걸 확인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12형 콜라겐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 12형 콜라겐은 종양의 성질을 바꿔 더 공격적인 암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특히 콜라겐이 구성되는 메커니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눈길을 끌었다.
12형 콜라겐은 이를 통해 유방 종양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가 폐 등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는 걸 도왔다.
콜라겐 수위를 조절하면서 실험해 보니, 12형 콜라겐 수위가 상승하면 암세포 전이도 증가했다. 암 환자의 종양 조직 생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2형 콜라겐 수위 상승은 분명히, 암세포 전이 증가 및 생존 기간 단축과 관련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종양 미세환경의 어떤 요소가 암을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논문 수석저자를 맡은 토마스 콕스 부교수는 "암세포가 씨앗이라면 종양 미세환경, 특히 세포외 기질은 토양과 같다"라면서 "12형 콜라겐이 유방암의 발달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12형 콜라겐은 새로운 전이암 치료 전략의 유망한 표적이 될 거로 보인다. 공격적인 전이암을 미리 가려내는 진단 지표로 개발될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예컨대 유방암 환자의 종양 생검 등을 통해 12형 콜라겐 수치를 측정하면, 전이 확률이 높은 공격적인 종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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