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유전적 요인은 생활 양식(lifestyle)이나 환경 못지않게 비 감염 질환의 원인이 된다. 암은 물론이고 심혈관 질환, 염증 질환 등에 걸릴 개인별 위험이 이런 요인들에 의해 많이 달라진다.
유전역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질병 등의 '유전 가능성'(heritability)을 연구해 왔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특정 성향이 유전자를 통해 자녀에게 전해지는 정도와 범위를 탐구해온 것이다.
극적인 돌파구를 연 게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 기술이다. 이 기술이 등장한 이후 일반적 질병이나 건강 관련 성향에 관여하는 수천 종의 유전자 변이가 짧은 기간에 확인됐다.
최근의 DNA 분석기술은 인간 유전체에서 변이가 생긴 위치를 개인별로 확인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지금까지 유전적 변이의 압도적 다수는 소수의 사람에게 드물게 생기는 것이고, 어떤 경우엔 특정 집단에 국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전병은, 작용 범위가 넓지 않은 다수의 흔한 유전자 변이가 조합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희소한 유전자 변이는 해당하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질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유전자 연구가 유전자의 질병 유발 효과를 상당히 많이 간과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1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코호트(cohort·같은 특성을 가진 집단)는 1천여 명의 스웨덴 주민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고성능 차대세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어떤 유전자 변이가 생겼는지 먼저 알아봤다. 그런 다음 변이 유전자 코드로 생성된 단백질의 매개로 어떤 기능적 문제가 생겼는지 조사했다.
유전자가 질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유전자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 작용으로 생긴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도가 단백질 수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규명하는 건 유전적 변이가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모두 414개 유형의 혈장 단백질을 검사했는데 다수가 변이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희소한 변이가 단백질체(proteomeㆍ단백질 유전정보)에 미치는 '표현형 효과'(phenotypic effect)는 흔한 변이보다 분명히 컸다. 하지만 희소한 변이만 갖고는 질병의 유전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희소 변이 효과를 잡아내기 위해 따로 개발한 통계학적 모델을 돌려봐도 유전병과의 연관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흔한 유전적 변이와 극명히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유전적 변이로 생기는 질병 뿐 아니라 단백질체 유전 가능성도 흔한 변이에서 더 많이 비롯됐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 보면 드문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컸다.
흔한 유전적 변이로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만, 적기는 해도 희소 변이로 질병 위험이 커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논문 교신저자인 오사 요한슨 면역학과 교수는 "유전적 질병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고성능 시퀀싱 기술이 매우 유용하다"라면서 "이는 정밀한 개인 맞춤형 치료와 잘 맞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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