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호주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안전성 및 효용성을 놓고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 가운데, 보건당국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 백신 자문위원회는 최근 최대 도시인 시드니 시민들에게 “18세 이상만 되면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접종이 가능하기만 하면 어떤 백신이나 맞을 것을 강력하게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보건당국은 지난 6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연령 제한을 기존 50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 4월 50세 이상 국민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용한 뒤 약 두 달만의 일로, 50대 접종자의 부작용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시드니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세가 거세지자, 호주 정부는 다급히 백신 연령제한을 해제하고 접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호주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 대비 상대적으로 보유량이 여유로운 상황이다.
호주 자문위는 이후에도 거듭 “어떤 백신이든 가리지 말고 빨리 맞아라”고 재차 촉구했다.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도 호주 자문위원회 조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험보다 혜택이 훨씬 더 큰 까닭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전 연령층 접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호주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연령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 및 백신 분야 학계는 안전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 접종 제한 해제가 국내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백신 전문가인 서울 소재 K대 약대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기존 계약한 백신 물량을 상당수 소모한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계약을 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매우 풍족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부족한 재고로 해당 전략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되려 부작용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서울 소재 K대 의대 교수는 호주의 전략인 ‘숨은 1인치’를 지목했다. 바로 ‘백신 선택권’이다.
K 교수는 “호주의 경우 접종률을 끌어올리고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제한을 해제했지만, 백신을 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하고 싶다면 다른 백신을 맞으면 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연령에 따라 백신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백신이 배정되면 그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차례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화이자‧모더나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번 놓치면 언제 또 자신의 차례가 올지 장담할 수 없어 배정받은 백신 외 다른 백신을 기다리기가 어렵다. 백신 선택권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추가 계약을 통해 현재 위탁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고, 화이자‧모더나 백신 등 다른 백신에 대한 물량도 어느 정도 확보해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제한 해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연령제한 해제는 딱히 의미 있는 전략이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연령제한 변경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정부 지침에 따라 운영 중”이라며 “연령 제한에 대해 논의한 바나 앞으로 논의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