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승인 안났지만 노바백스 백신 도입 적극
집행위원회, 최대 2억회분 계약 승인···백신 부족 한국 딜레마
2021.08.09 05: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 제약업체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계약에 나서면서 선제 행동에 돌입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미국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 이후 노바백스에 대한 허가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보건당국이 노바백스 승인신청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최대 2억 회분 계약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 행정부 격 수반기관이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향후 유럽의약품청(EMA)이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승인하면 EU 회원국 들은 올해 4분기와 2022년 최대 1억 회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2021~2023년 1억 회분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선택사항도 계약에 포함됐다.

EU가 먼저 계약에 나서면서 노바백스 백신의 EU 진입이 사실상 목전에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은 EMA에서 동반심사가 진행 중이다. 동반심사란 코로나19 등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유망 의약품‧백신에 대해 진행하는 신속심사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정작 미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조차 완료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번 분기 내에서도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핵심 쟁점은 ‘긴급사용승인 여부’다. FDA가 향후 승인 신청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긴급사용승인이 아닌 정식승인 절차인 ‘생물학적 제제 품목허가’(BLA)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까닭이다. BLA의 경우 통상적으로 6개월가량 기간이 필요하다.

국내 백신 전문가인 K대 약대 K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노바백스 백신이 아쉬울 것이 없다”며 “이미 화이자‧모더나뿐만 아니라 얀센 등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다. 굳이 긴급사용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심사 잣대를 올리는 건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바백스 입장에서는 후발주자로서 난감하게 됐다. BLA를 신청할 것이 아니면 어떻게든 긴급사용승인으로 갈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FDA 신청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바백스 측이 FDA에 승인신청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허가를 받아야 도입일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노바백스와 3분기 중 2000만 명분 백신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로서는 허가조차 나지 않아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학계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규제당국이 나서서라도 노바백스의 허가신청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K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미국 FDA와의 결정과는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 신청에 따라 긴급승인을 진행했다”며 “노바백스 백신도 마찬가지다. 노바백스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국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만큼 노바백스 백신 허가는 국내 백신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바백스 백신은 재조합 단백질 플랫폼 특성상 기존 백신들보다 부작용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며 “계약도 걸려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노바백스의 국내 사용승인 신청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제약사가 신청한 뒤 식약처가 심사하는 것이 맞는 절차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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