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코로나19 2호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GC녹십자와 종근당이 잇따라 악재를 만나면서 셀트리온 이후 국산 치료제 개발이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해 GC녹십자가 참여해 온 다국적 연합체가 임상 3상에서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GC녹십자는 개발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4월로 예정된 국내 허가 신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제약계 및 외신에 따르면 녹십자, 일본 다케다, 호주 CSL베링 등 전 세계 혈장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참여해서 만든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얼라이언스(CoVIg-19 Plasma Alliance)’는 지난해 9월부터 미국 국립감염병연구소(NIAID) 지원을 받아 미국 등 10개국에서 약 600명을 대상으로 혈장치료제와 렘데시비르 병용 치료법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 왔다.
최근 임상을 완료한 얼라이언스는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임상에 사용된 혈장치료제는 녹십자 치료제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됐다. 하지만 해당 임상이 실패하면서 녹십자가 약 60명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수행한 임상 2상 결과를 통한 효능 입증이 더욱 중요해졌다.
녹십자는 이르면 금주, 늦어도 이달 내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 사용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바지 임상 결과 데이터를 정리 중이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 조건부 허가가 좌절됐다. 식약처 자문단은 종근당의 치료제 후보 '나파벨탄주'의 조건부 승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자료는 러시아에서 수행된 2상 임상시험 1건이며 러시아의 13개 임상시험기관에서 환자 104명에게 공개·무작위배정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신풍·대웅제약, 2호 치료제 개발 속도...일양약품 실패 속 유나이티드제약·크리스탈지노믹스 행보 관심
기대를 모았던 종근당과 녹십자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지연되면서 다른 제약사들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신풍제약은 3월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임상 2상 또한 현재 임상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증가된 110명의 환자투약이 완료했다"면서 "신속한 임상 진행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환자들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역시 만성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2a상 임상시험에서 증상 개선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금년 상반기내 수백명의 중간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이 실패했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임상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임상 3상이 실패했다고 이달 4일 밝혔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러시아에서 진행한 '슈펙트' 임상 3상 실험 결과, 약물 투여군이 대조군(표준 치료군)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9월 식약처에 임상 2상 IND를 제출했으나 식약처가 동물효력시험 보완을 지시, 금년 5월 이후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UI030'은 지난 7년간 천식치료제로 개발하던 개량신약 후보물질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만성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지만 9개월 넘게 시험 대상자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100명 규모 임상 2상 승인을 받았지만 환자 모집을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임상 관련 일정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