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서 접종 시작한 코로나19 백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 허심탄회한 실체 분석
2020.12.22 13: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이제 전 세계 시선은 백신을 향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신종 감염병을 이겨낼 유일한 수단인 만큼 인류 희망으로 부상 중이다. 각국이 백신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오판으로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신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정보들은 재가공의 과정을 거쳐 국민들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과연 우리는 구경 한 번 해보지 못한 이 백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각종 백신과 치료제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에게 코로나19 백신 실체에 대해 들어봤다.
 
- 코로나19 백신 원리는 무엇인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이다. 백신마다 원리가 조금씩 다르다. 최근 각국에서 접종이 시작돼 화제가 되고 있는 RNA 백신에 대해 짚어보자. 화이자 및 모더나가 생산하는 백신은 대표적인 RNA 백신이다. 두 백신 모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 신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도록 명령을 내린다. 즉 해당 백신에는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정보가 들어 있다.
 
- 그럼 RNA 백신이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도 있나
사람의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 안에 DNA 형태로 존재한다. RNA 백신에 의해 주입된 RNA는 세포 핵 밖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 백신 RNA는 사람 DNA가 들어있는 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S 단백질을 생성한 후 우리 세포가 백신의 RNA를 제거시키기 때문에 백신의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
 
- RNA 백신 운송과 보관에 문제는 없나
RNA는 매우 분해되기 쉬운 물질이다. 따라서 RNA 백신을 온전하게 보관하려면 매우 낮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저장고와 운송 수단이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 모더나 백신의 경우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 및 운송 수단이 전국적으로 갖춰져야 국내 접종자에게 RNA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은
우리나라도 현재 5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SK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SK 백신은 기존 13가 폐렴백신처럼 단백접합 항원 백신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 백신 보다는 익숙한 형태이며, 냉장보관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보관이나 수송도 쉬울 것으로 기대한다.
 
- 코로나19 백신은 몇 번 맞아야 하나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 백신을 기준으로 3~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은 현재까지 6개가 알려져 있는데, S 단백질과 같은 표면 단백질이나 효소의 아미노산 일부에서 서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 단백질이나 효소 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또한 모더나 백신의 경우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도 함께 유도한다는 게 보고됐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다른 유형의 감염도 함께 예방한다고 볼 수 있다.
 
-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은 얼마나 유지되나
현재 추가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형성된 면역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유지 기간은 대략 1~2년으로, 코로나19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상만 할 뿐이다. 추후 밝혀질 면역력 유지 기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토착화 여부에 따라 추가 백신 접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백신 효율은 어느 정도인가
화이자와 모더나 RNA 백신 연구에서 예방접종 효율은 9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20분의 1로 감소한다고 볼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독감 백신 효율이 40~6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임상시험 모집단 수와 기간이 충분치 않은 만큼 95%의 효율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무리다.
 
-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화이자와 모더나 RNA 백신 모두 다른 백신들과 비슷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접종 후 열감, 오한,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전신 반응 및 주사 부위 통증, 발적, 부종 등의 국소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혈압 저하나 호흡 부전을 동반한 아나필락시스 반응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인 합병증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RNA 백신은 새롭게 시도되는 종류의 백신인 만큼 장기 합병증 발생에 대해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 젊은사람들은 감염 보다 백신 부작용이 더 위험한 것 아닌가
50세 미만의 성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대체로 큰 문제 없이 잘 회복되는 게 맞다. 그러나 50세 미만이더라도 당뇨, 비만, 만성 심폐질환, 면역저하 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코로나19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일부는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젊은 성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본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주변에 있는 고령의 성인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또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젊은 성인들도 백신을 접종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자연감염으로 면역력을 얻는 방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경우 전신적인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호흡기 점막의 국소 면역 반응도 함께 유도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보통 근육주사로 접종하기 때문에 호흡기의 국소 면역 반응은 잘 유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 또는 자연감염으로 획득한 면역력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백신을 접종하면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아도 되나
백신을 접종받더라도 마스크는 착용하는 게 좋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비말 전파를 줄이면서 예방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전파될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줄이려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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