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평생 인슐린 투여가 필요해 사실상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1형 당뇨병 치료에 돌파구가 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췌장으로 가는 신경신호를 차단하면 면역세포의 베타세포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마티아스 폰 헤라트 교수팀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세포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훼손해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가 이렇게 불가역적으로 손상되면 인슐린 분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기 때문에 고혈당에 시달리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27일 온라인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을 유발하는 베타세포 손상은 아주 특이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면역세포 공격으로 죽은 베타세포만 마치 누더기를 기운 듯한 '패치 패턴'(patchy pattern)을 남기는 것이다.
1형 당뇨병의 패치 패턴은 관절염, 백반증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서도 발견되는데, 연구팀은 베타세포가 남긴 이 죽음의 흔적이 이번 연구의 물꼬를 트는 실마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신경신호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생쥐 모델에 신경 신호 차단 실험을 했다.
췌장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대부분 차단한 생쥐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죽지 않았고, 1형 당뇨병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경을 전혀 차단하지 않거나 베타 세포로 가는 신경만 차단한 생쥐는 베타세포의 괴사를 피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신경신호 차단으로 베타 세포 괴사를 막는 치료법을 임상시험까지 갖고 가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 전에 1형 당뇨병 위험이 확인된 환자는 이미 개발된 신경 차단제나 전기자극 차단법 등의 사용을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