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분열과 성장 속도가 훨씬 더 빨라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포도당 편식(sugar inflexibility)' 성향이 특정 유형의 암세포엔 결정적 약점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이 다른 갈락토스(galactose)에 노출되면 대사 적응을 못 해 사멸한다는 것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니컬러스 그레이엄 화학공학·소재 과학 조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세포 과학 저널(Journal of Cell 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2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암세포가 당 공급(sugar supply)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발암 유전자의 유도 작용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포도당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얻지만, 정상세포는 대부분 포도당이 없을 때 갈락토스를 쓰기도 한다.
젖당의 구성 성분으로 널리 알려진 갈락토스는 그 외에도 뇌와 신경조직의 당지질 등 여러 중요한 생리 화합물을 구성한다.
연구팀은 AKT라는 발암 유전자를 가진 암세포가 갈락토스에 노출되면 이를 분해하지 못하고 사멸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런 암세포는 산화 대사(oxidative metabolism)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산소를 써서 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포도당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당 분해 촉진성 대사(glycolytic metabolism)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활성 AKT 신호 경로를 가진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갈락토스 대사를 하지 못했다. 이 신호 경로는 유방암 세포에서 흔히 발견된다.
하지만 MYC 유형의 암세포는 갈락토스 노출로 산화 상태가 조성돼도 죽지 않았다.
그레이엄 교수는 "AKT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겐 당 분해 억제제를 쓸 수 있지만, MYC 돌연변이 환자에겐 쓰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이론적으로 그런 환자에겐 당 분해 억제제가 듣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갈락토스 자체만 갖고 AKT 유형 암세포 치료에 효과를 볼 거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갈락토스 실험을 통해 산화 상태에서 사멸하는 암세포의 근본적 결점을 찾아낸 것에 주목한다.
연구팀은 특정한 표적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법을 사용해, 암세포를 산화 상태로 몰아넣는 시스템적 접근이 가능할 거로 본다.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암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암세포의 대사 과정을 직접 겨냥하는 기존의 화학치료나 방사선치료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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