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서 길 찾는 법부터 서로 다르다.
젊은이가 낯선 환경에 놓이면, 뇌의 기억 중추로 알려진 해마(hippocampus)의 작용에 힘입어 필요한 '인지 지도(cognitive map)'를 만들어 기억한다.
하지만 고령자는 뇌의 이런 능력이 점차 사라져 인지 지도 자체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고령자가 어떤 목적지까지 가려면,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돌아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익혀야 한다.
겉으론 두 방법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뇌의 인지 지도가 있어야 출발과 도착 지점이 달라져도 목적지를 효율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독일 드레스덴 공대 과학자들이, 감퇴한 뇌의 인지 및 기억 능력을 되살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생쥐의 뇌에서 신경 줄기세포(neural stem cell)를 자극했더니, 줄기세포가 증가하면서 뉴런(신경세포)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어 살아 남은 뉴런이 기존의 신경망과 연결되면서, 약해졌던 뇌 기능이 다 자란 생쥐 수준으로 복원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드레스덴 공대 재생치료센터(CRTD)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자극해 뉴런을 늘리는 데 성공한 연구팀은 같은 방법으로 늙은 생쥐의 길 찾기 능력을 복구하는 데 도전했다.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특히 낯선 지역에서 길을 찾아가는 게 어려워지는데, 이런 현상은 사람이든 생쥐든 비슷하게 나타난다.
실험은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뇌 줄기세포와 뉴런이 함께 늘어난 늙은 생쥐는, 뇌에 인지 지도를 형성하는 능력을 회복했고, 어린 생쥐에 버금갈 만큼 그 내용을 오래 기억했다.
해마 부위의 뉴런이 증가한 늙은 생쥐는, 학습 경로는 물론 다양성에서도 어린 생쥐의 전형적인 전략을 따랐다.
또한 어린 생쥐의 뇌에서 줄기세포를 자극하면 인지 능력의 손상이 늦춰지고, 기억 능력이 더 잘 보존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CRDT의 페데리코 칼레가리 교수는 "인간의 뇌에 있는 약간의 줄기세포는 살아가는 동안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뇌 신경에 내재한 잠재성(줄기세포)을 이용하면, 나이가 들면서 손상된 뇌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칼레가리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발달·진화·인지기능의 맥락에서 포유류의 신경 줄기세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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